電子화폐시대 열린다-비즈니스위크誌 커버스토리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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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자화폐시대」가 눈앞의 현실로 도래하고 있다.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지갑크기의 극소형 컴퓨터를 통해 돈거래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이에따라 은행의 예금업무가 타격받는데다 정부의 규제도 의미가 없어지는등 금융환경의 격변도 예 상된다.
최근 발간된 비즈니스 위크誌는 커버 스토리로 『머지않아 지폐가 전자화폐(E-캐시)에 안방을 내주는 방향으로 급속한 변화가일고 있다』고 전했다.조개껍질부터 시작해 금화.은화를 거쳐 지금의 지폐시대로 변천해온 화폐의 역사가 이제 전 자화폐로 옮겨갈 전망이다.
요즘 실리콘 밸리에서는 이 미래의 화폐인 E-캐시를 신상품으로 개발하는 모험기업들이 속속 태어나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최근 금융분야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튜잇을 사들이려고 기를 썼던 것도 전자화폐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전제로 했던 것이었다.소비자와 생산자 또는 상점과의 관계를 직접 맺어 줄뿐만 아니라 대금지불까지도 컴퓨터가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폐는 신용카드라는 「플라스틱 화폐」에 의해 그 입지를 적지 않게 빼앗겨 오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플라스틱 화폐 역시 전자화폐에 비할 바 못된다.
신용카드는 신분노출이 불가피하고 개인對 개인의 거래를 할 수없으며,주어진 한도에 묶이는등 제한을 받아야 한다.그러나 전자화폐는 이런 걱정이 일절 필요없다.인터네트의 활용에 국경이 없듯이 이를 이용하는 전자화폐의 거래 역시 아무런 장애나 불편이있을 수 없다.
전자화폐가 일반화되는 날에는 산업혁명에 맞먹는 엄청난 변화가일어날 것이다.우선 기존의 은행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없다. 전자화폐의 움직임 자체가 은행권 밖에서 일어날 뿐만 아니라 거래 자체가 훨씬 신속하고 편리하게 진행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화폐는 상당한 고민도 함께 몰고 올 것이다.
당장 은행이 큰일이다.굵직굵직한 대출업무등은 문제가 안되겠지만예금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소매금융업무는 설 땅을 잃게 된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규제도 무의미해진다.이미 멕시코 금융위기를통해 정부의 금융규제정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었지만 전자화폐형태로 시중자금이 흘러다닐 경우 당국의 추적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진다.따라서 세금을 제대로 걷을 수 없게 되는 사태도 생겨날 것이다.
안전성도 문제다.지금의 돈은 은행 금고에 보관되는 것이만 전자화폐는 컴퓨터 속에 저장되는 만큼 어쩌다 컴퓨터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는 날이면 절단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화폐의 실용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은행관계자들조차 향후 5년안에 은행 스스로가 이같은 흐름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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