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버려진 백성' 일본 국적 한국인 전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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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나는 전범이 아니다
문창재 지음, 일진사
256쪽, 1만원

일본이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을 위해 벌였던 태평양전쟁에 패한 뒤 한국인 148명이 전범으로 처벌 받았고 그 중 23명은 사형을 당했다. 정작 전범국가인 일본의 A급 전범 중 불과 7명만이 사형에 처해진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들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고발장도, 고소장도, 증거도, 변호인도 무시된 형식만의 재판, 피해자들의 손가락질 한 번에 가해범이 되는 '손가락 재판', "뺨 한 대에 징역 10년"이 떨어진 감정재판의 결과였다.

대부분 동남아 포로수용소에서 감시원으로 근무했던 한국출신 '전범'들은 한일 양국에서 철저히 외면받은 존재다. 징역형을 받은 이들은 한국이 독립국이 된 뒤에도 일본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범죄를 저지를 당시 국적이 일본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인 주요 전범들이 다 풀려나고 전쟁협력자들도 공직에 복귀한 뒤에야 겨우 가석방 형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귀국 여비를 주지 않아 일본에 주저앉았다. 일본 정부는 원호나 보상은커녕 단 한 마디 사죄도 없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1965년 일본에서 받은 대일청구권 자금 분배에서도 이들은 제외시켰다. 45년 이후의 일은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철저히 '버려진 백성'이었다. 이 책은 이에 대한 고발장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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