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책과주말을] 동물에 빗대 본 우리네 인간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김경희 외 글, 문찬 그림,
책과함께,
356쪽, 1만4800원

사람을 가르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직접 시시비비를 따져 알아먹게끔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슷한 경우에 빗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전자는 즉각 효과는 있지만 가슴에 울림을 주기는 후자가 더 낫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고대 그리스의 노예이자 이야기꾼인 이솝의 우화(寓話)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옛날 얘기’가 숱하게 있다. 재미도 있으면서 교훈을 주는 그런 얘기들 말이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이솝우화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옛날 얘기에도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야 전하려는 메시지가 더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 많은 옛날 얘기 중에서도 동물과 관련된 것들만 고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은 가축인 소나 개, 돼지뿐만 아니라 호랑이·여우·사슴·족제비·게·광어·메뚜기·꿩 등 이른바 ‘육·해·공’이 총출동하고 심지어 이·벼룩·빈대까지 망라된다.

그런데 얘기 속에서 이들은 가만히 보면 동물이면서 사람이다. 생태적으로 동물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실은 사람의 행동-. 이, 벼룩, 모기가 서로 양반입네 하고 한시를 읊어대지 않나, 멸치가 광어를 때려 눈이 왼쪽으로 쏠리게 하지를 않나…. 별의별 동물들이 별의별 시츄에이션을 다 벌이는데 결국 우리네 인간들 얘기이다. ‘이야기 동물원’이란 부제에 맞춰 6개 관(<8218>)을 도는 형식으로 교훈별 주제를 나눴는데 교훈은 접어두더라도 일단 재미있다. ‘비루먹은’ 개새끼가 ‘백수의 왕’인 호랑이를 골탕 먹여 결국 죽게 하는 대목은 마치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보는 것 같다. 특히 ‘게에게 거기를 물린 여자’ ‘거기에 그린 그림, 토끼’ 등 ‘야한 동물관’에 소개되는 얘기들은 ‘은근한 밝힘’으로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쥐뿔도 모른다’는 말의 내력이라든지 인간의 탈을 쓴 ‘인간 아닌 인간’을 구분해내는 방법(?) 등도 알려준다. 얘기꾼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이들이나 ‘고금소총’ 등을 읽은 이들은 익히 아는 내용들도 많겠지만 새로운 느낌을 줄 정도로 엮어낸 솜씨가 돋보인다.

이만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