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치漁船 즉각 송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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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간에 또 불행한 사건이 터져 쌍방이 쓸데없는 신경전을 펴게 된 것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중국의 나포상태에서 풀려나 인천으로 귀환중이던 제86호 우성호가 항로착오로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한경비정에 의해 피랍된 사건은 남북양측에 모두 문제점을제기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문제다.자기들의 군사수역에 들어온 비무장 어선에대해 경비정이 총격을 가해 승선자 8명중 사망 2명,부상 1명의 인명피해(추정)를 꼭 내야 했는가다.우성호가 설령 정선(停船)지시를 무시했다 하더라도 비무장 어선이라는 것은 대낮이어서넉넉히 판별할 수 있고,또 정선을 강제하려면 우성호 전방의 위협사격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우리는 북한경비정의 총격행위를 현재의 남북긴장상태와 관련한 의도적 만행으로 예단해 비난할 생각은 없다.그러나 명백한 위험상태라 고는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무장 어선에 총격을 가해 인명피해를 낸 북한의 행위는 너무나 거친 비인도적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북한도 차제에월경어선에 대한 대처방안을 세련되게 재조정하기를 간곡하게 촉구한다. 다음으로 우리 당국의 어처구니없는 업무처리 자세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1백3t의 소형어선 우성호는 중국 산둥(山東)省의 융청항을 떠나면서 나침반만을 유일한 항로측정수단으로 해 귀환한다고 인천어업무선국에 타전했으나 항로를 유도해야 할 해경.해군.인천어업무선국은 서로 남의 일로 미루다 결과적으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3개기관중 어느 하나만이라도 자기 일로 인식,제대로 대응했더라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럼에도 3개기관은 사건후 책임의식조차 보이지 않아 기가 찰 노릇이다.정부는 관계기관에 대한 사태의 전과정을 정밀조사,구멍이난 원인을 규명해 이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정부가 대북통지문을 통해 우성호의 항로착오에 의한 월경사실을 솔직히 인정,인도주의와 동포애에 입각해 조속한 송환을 호소한 점이다.북한은 우성호가 항로착오를 일으킨 점이 명백해진 만큼 그야말로 동포애를 발휘 ,어민과 어선을 즉각 송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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