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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리듬 타는 ‘네 박자 영어’ 머리에 쏙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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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의 영어 교육자 캐롤린 그레이엄(78·사진)은 “영어를 잘 배우려면 네 박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재즈의 기본 리듬인 “하나, 둘, 셋, 넷”이 그것이다. 영어를 말할 때의 리듬과 닮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하버드대와 뉴욕대 유학생들에게 40년 이상 영어를 가르쳐온 그레이엄은 그래서 이 단순한 네 박자에 영어를 배우는 비결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재즈 음악가이기도 한 그는 낮에는 영어 강의, 밤에는 맨해튼의 재즈바에서 피아노를 치는 생활을 10년 이상 하다 ‘재즈 챈트(jazz chant: 재즈로 노래하기)’라는 영어 교수법을 개발했다. 이 교수법은 그 뒤 30년 가까이 세계 각지에 전파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방한한 그를 서울 송파동에 있는 숙명여대 테솔(TESOL: 외국어로서 영어를 가르치는 자격) 강의실에서 만나 영어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의 첫 마디는 “영어교육은 모름지기 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즈 챈트’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재즈 노래를 하며 자연스레 영어를 배우는 거다. 어느 날 공연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친구가 다가와 ‘반갑다. 좋아 보이네(It’s good to see you. You look wonderful)’라고 했다. 그런데 그 문장들이 내가 치고 있던 재즈 리듬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다음날 뉴욕대 상사에게 재즈 노래를 이용해서 영어를 가르쳐보겠다고 했다. 그가 다섯 개의 방송사까지 부른 가운데 공개수업을 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게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 각지에서, 심지어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도 통했다.”

-효과는 어떤가.

“영어는 리듬이 있는 언어다. 심장의 박동과 같은 리듬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의 뇌는 음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리듬을 잘 받아들인다. 그리고 노래를 하다 보면 발성 연습도 된다. 영어 교육에서 발성과 발음이 단지 원어민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한 장식적인 의미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발음과 발성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영어에 대해 많이 알아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를 아는 것과 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문법을 잘 알고 있음에도 정작 영어로 의사소통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국학생을 많이 봤다.”

-재즈 리듬으로 공부하면 문법을 배우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

“아니다. 노래 가사를 모두 의문문이나 가정법 구문으로 연습한다. 노래에 맞춰 “You lost something. What did I lose? (너 뭐 잃어버렸어. 내가 뭘 잃어버렸지?)”라는 식으로 리듬있게 말하는 거다. 재미있어야 효과도 뛰어나다.” (인터뷰 뒤 실제로 그가 하는 시범강의를 지켜봤더니 그가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에 맞춰 참석자들이 모두 즐겁게 노래하며 영어를 배웠다.)

-오랫동안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왔는데.

“나는 재미난 사례를 들면서 수업을 시작한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국인 학생이 ‘스크루 드라이버(칵테일의 일종이지만 나사를 돌리는 공구라는 뜻도 있다)’를 주문받고는 술 대신 공구를 가져다 준 일이 있다는 사례를 이야기 해준다. 어떤 스페인 학생이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데 찾아온 강도의 협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전을 찾자 강도가 짜증을 내며 그냥 가버렸다는 에피소드도 다룬다. 이런 얘기를 강의시간에 하면 다들 재미있어 한다. 나는 강의시간에 학생들을 편하게 해준다. 그러면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데 나는 그런 실수를 발전의 기회로 삼도록 도와준다. 영어교육에선 이러한 교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의 새 정부는 영어교육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외국어 교육은 어릴 때 시작할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영한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교사의 양성이다.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려면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교사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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