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걱정스러운 민주당 내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이 경기도지사후보 경선파동과 공천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있다.총재가 사퇴의사를 내비치고 당무를 거부하는가 하면,지방당원들이 당사로 몰려가 농성하고 기물을 파괴하는 사태까지 잇따르고 있다.
선거를 불과 한달 앞두고 제1야당이 이처럼 콩가루집안 같은 한심한 내분에 빠져있는 것은 딱하고도 걱정스러운 일이다.무엇보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이 추잡한 경선파동으로 나타난 계파간 갈등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동정을 받을 여지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도대체 민주당은 자기들이 저질러놓은 일을 수습할 능력도보이지 못하고 있다.경기도지사후보 경선에서 나타난 돈봉투.폭력.대의원집단투숙.금품제공등은 창피해서라도 쉬쉬하며 거당적으로 조기수습할 일이었다.이런 창피한 일을 저질러놓고도 나 는 옳고,너는 그르다는 식의 계파싸움만 계속하고 있으니,이런 얼굴 두껍고 국민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처사가 있을 수 있는가.자기들은 이런 부패.폭력의 요소를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 무슨 낯으로정부.여당의 잘못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민주당은 원칙과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원칙은 부패와 폭력은 안된다는 것이다.상식은 그런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징계.청산하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이런 원칙과상식을 무시하고 서로 「네탓」으로만 돌리고 자기 변명에만 골몰하다가는 국민의 버림을 받기에 꼭 알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기택(李基澤)총재는 제1야당의 지도자답게 좀더 의연하고 당당하게 黨을 이끌기 바란다.총재가 비록 소수파이긴 하지만 총재는 총재다.투정하듯 걸핏하면 당무거부, 또는 사퇴운운 발언을 하는 것은 보기에 거북하다.당무거부니,칩거 니 하지 말고 자기말 그대로 당을 수습할 「중대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민주당 각 계파가 빨리 정신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선에서 나타난 폭력.금품과 기물파괴등은 당헌과 당규에 따라 계파구별없이 응징하고,그런 바탕 위에서 각계파가 선당후파(先黨後派)의 정신으로,또는 이대로 나가다가는 각파 공멸 (共滅)이란 위기감의 자각으로 분란을 빨리 수습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