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들이대면 농구가 늘겠니?” 프로농구 스타들 ‘파울꾼 후배 다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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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안 가? 너 이렇게 농구하면 힘들어진다. 그러다 다쳐!”

9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5위 LG와 3위 KT&G전. 3쿼터 48-50으로 뒤진 LG 현주엽(33)이 팔로 교묘하게 밀어대는 김일두(26)를 향해 도끼눈을 뜨고 엄포를 놨다. 팀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선수들의 몸싸움이 치열하다. 하늘 같은 선배 현주엽의 부라림에 김일두의 얼굴은 붉어졌고 몸은 굳었다. 곧바로 2연속 현주엽의 2점포가 터졌고 경기는 역전됐다. 김일두는 벤치로 불려나갔고 LG는 80-71로 기분 좋게 승리했다.

스타급 선수들은 경기 때마다 수비수들의 표적이 된다. 감독들은 일부러 상대편 주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적게는 3명, 많게는 5명까지 동원된다. 베테랑이더라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곤할 수밖에 없다.

고참들이 가장 싫어하는 수비수는 신인들이다. 이들은 출전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코칭 스태프의 주문을 100% 이상 소화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다루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후배들의 도전에 선배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한다. 현주엽처럼 경고를 보내기도 하고, 같이 몸싸움을 하는 선배도 있다.

◇훈계형=서장훈(34·KCC)은 프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파울을 당하는 선수다. 주로 골 밑에서 뛰다 보니 상대로부터 거친 마크를 피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장훈은 경기 중 팔을 자꾸 감는 루키 함지훈(24·모비스)을 불렀다. “야! 임마. 팔로 감고 들어오면 파울 아니냐? 손을 그렇게 쓰면 농구가 늘겠어?”라고 호통 쳤다. 서장훈은 가끔 용병들에게도 영어를 써가며 가르치려 든다.

◇호통형=허재(43) KCC 감독은 현역 시절 욕설을 자주 했다. 허 감독은 “야 이 XX야! 너 농구 누구에게 배웠어? 싸가지 없이…”라며 육두문자로 후배의 군기를 잡곤 했다. 최고 가드 김승현(30·오리온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10일 SK전에서 김학섭(26)에게 파울을 당해 나동그라졌다가 벌떡 일어난 김승현은 “이XXX가 죽으려고 아까부터 거칠게 하는데…”라는 욕설과 함께 주먹을 들었다.

이율배반적인 반응을 보이는 선수도 있다. 끈적한 수비로 정평이 난 이병석(31·SK)은 자신이 수비할 때는 무표정하다. 하지만 후배에게 수비를 당하면 눈을 부라리며 소리부터 지른다.

◇맞대응형=김주성(29·동부)은 아직 혈기 왕성한 20대답게 맞받아친다. 7일 우승을 확정 지은 LG전에는 송창무(26)와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이에는 이’, 지고는 못 사는 스타일이다. 추승균(34·KCC)도 마찬가지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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