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産銀,행태 바꾸고 거듭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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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형구(李炯九)前총재등의 수뢰(受賂)사건으로 국책은행들이 대출업무와 관련해 따가운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특히 이번 사건의 진원지(震源地)이자 방대한 정책금융을 다루고 있는 산은(産銀)에 대해서는 장기저리(長期低利)의 조건좋은 자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되고 사례명목의 비리(非理)가상례화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각마저 있다.재정경제원도 이와 관련,국책은행들에 대한 업무실태점검등 감독및 검사권을 강화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지난 54년 설립된 산은은 「국책에 순응하여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산업자금을 공급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정부가 수출산업의 육성을 통한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금융자원의 직접적 배분은 이제 물론 적절치 않지만 국가전체의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특정산업 또는 특정기능에 대한 일정수준의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이런 측면에서 산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실제로도 全 금융기관의 시설자금대출에서 산 은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하고 올해 계획한 시설자금공급규모는 원화자금 5조2천여억원,외화자금 5천여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자금들은 금리도 금리지만 대출규모나 대출기간등에 있어서 일반은행에 비해 조건이 좋다는 점에서 이 자금을 쓰는 것이일종의 특혜로 여겨질 수 있는 소지도 있다.더욱이 정부가 특정기업에 대한 제재의 수단으로서 산은대출의 중단 등을 사용했던 전례도 있었다는 점이 이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시각을 더욱 부추긴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산업자금의 공급창구로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앞으로도 장기산업금융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해야 할 산은이 흡사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진 것은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리가 있으면 확실히밝혀 이를 도려내는 한편,앞으로 대출과 관련한 사전심사의 강화및 철저한 사후관리와 정치권의 영향력배제등 안팎의 노력을 통해산은이 거듭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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