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중년의위기>7.끝 연봉제등 新인사로 채찍과 당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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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계 랭킹 30위쯤 되는 D그룹 인사담당 임원의 고민.
『연륜이 50년 가까운 우리 그룹은 줄곧 보수적 경영을 지향해왔다.사람을 한꺼번에 많이 뽑은 적이 없으니 관리직의 군살이다른 기업에 비해 적은 편이다.진급은 늦지만 타의로 쫓아내지 않는 것을 우리 그룹의 자랑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이제 시대정신이 돼버린 경영개혁 바람을 보며 과연 「우리 식」이 좋은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사실 우리 그룹도 일부 계열사에는 상당한 군살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다수 한국 기업이 당면한 인사문제는 고령화.고학력화.고임금화등 3高로 표현된다.
「묘안을 짜내라」.
각 기업은 철저한 적자생존(適者生存)원칙이 적용되는 정글에서살아남기 위해 갖가지 新인사제도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명예퇴직.연봉제.직능자격제.팀제.직급체계 단일화 등이다.
그러나 어떤 新인사도 구조적 인사적체를 쾌도난마(快刀亂麻)로해결할 묘안은 아니다.대단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연봉제가 도입된 某기업 P(45)부장의 말.『언제 능력 키우라고 시간을 준 적이 있는가.앞에는 당근,뒤 에는 채찍으로쉴새없이 달리게만 해놓고 이제 후배들보다 몸놀림이 둔하다고 당근을 덜 주겠다니.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다듬은 안목이 후배들의영어회화나 컴퓨터실력보다 못하다는 평가에 승복할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과 병인(病因)은 다르지만 지금 헤이세이(平成)불황을 맞고 있는 일본의 많은 기업들도 인사적체의 몸살을 앓고 있다. 무자비한 잘라내기가 아닌 방법으로 인사숨통을 트는 그나마 가장 좋은 대안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연봉제가 꼽히고 있다.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연봉제가 붐이다.경총(經總)부설노동경제연구소 양병무(梁炳武.경영학박사)연구위원은 연 봉제를 오래 연구해왔다.덕분에 요즘 그의 방에는 조언을 구하는 기업 인사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梁박사가 회사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봉제 도입이 시기상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때문에 그는 다음과 같은 입씨름을 되풀이한다고 했다.
『현재로는 귀사에서 연봉제 실시가 어려울 것 같네요.』 『왜그렇습니까,사장은 당장 실시하라고 불호령인데요.』 『연봉제 인사개혁은 위로부터 이뤄져야 합니다.사장이 개혁의지와 능력을 갖추는 것이 첫째 여건이고 다음이 임원.부장의 순서지요.그래야 연봉평가의 객관성.정당성이 확보됩니다.평가의 정당성이 인정되지않으면 연봉제는 실패합니다.귀사의 경우 윗사람들이 의지는 갖췄을지 모르지만 능력까지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네요.』 『그렇다면梁박사께서 그 말씀을 우리 사장께 직접 좀 해주실수 없겠습니까.』 70년대 고도성장의 부작용을 우리는 공해.지역갈등.투기.
분배의 불균형.노사분규 등의 형태로 경험해왔다.20년 잠복끝에나타난 또다른 유형의 부작용인 중년 화이트칼라의 위기.그 극복의 슬기를 기업.학계.정부가 함께 찾아야 할 때다.
金鍾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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