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최종테스트 전문인력 양성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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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1월 기아자동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중앙연구소에서 근무중인 韓모(26)씨는 요즘 대리급 선배사원에게 CAD/CAM(컴퓨터에 의한 설계및 생산)교육을 받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K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韓씨는 학교에 CAD/C AM설비가 없어 이 분야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또 기계제도를 배우기는했으나 자동차 업체에서 사용되는 도면을 실제로 본적이 없어 도면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韓씨는 『「회사에 들어가면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한다」던 선배들의 얘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韓씨의 경험담은 이 회사나 다른 자동차 업체의 신입사원들에게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기계공학과.기계설계공학과 졸업생을 받더라도 자동차 업체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제대로 몰라 용어를 익히는데 몇개월이 지나간다는게 자동차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자동차가 국내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을 볼때 자동차 관련교육이좀더 강화되 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자동차 이국열(李國悅)기술담당 이사도 『공과대학교 교과 과정이 너무 이론 교육에 치중돼 있어 신입사원들이 현업에서 제몫을 하기까지 2~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며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습 비중을 늘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이 「공과대학 교육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업계의 불만은 꼭 자동차업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학교 교육과의 괴리가 심각한 상황이다.업계에선 자동차에 대 한 기본 이해 정도는 갖춘 인력이 배출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동차 업체에 가장 많은 전문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기계공학과나 기계설계공학과의 교과 과정 자체가 자동차 산업만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이 자동차 중심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92년 한양대.국민대.울산대등 3개대학에 자동차공학과가 설립된 바 있다.자동차 업계가 실험기자재 구입비등 각종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이들 학교에 특약학과로 자동차공학과가 설립됐다.자동차공학과는 기존 기계공 학과 교과 과정을 토대로 자동차 관련 과목을 확충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대 자동차공학과 김상섭(金尙燮)교수는 『인근 현대자동차에서 3학기에 걸쳐 현장 이론.실습 교육을 받게 하는등 전공 과목중 실험.실습이 30%를 차지하도록 교과 과정을 마련했다』며 『타학과 학생에 비해 현업 적응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94년에는 서울산업대학이,올해에는 여수수산대학이 각각 자동차공학과를 개설하는등 자동차공학과의 신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 정도 인원만으로 매년 3천여명의 대졸 기술 인력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 업계의 수요를 충당하기는 불가능하므로다른 학과의 자동차 관련교육 강화의 필요성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학과 과정 뿐만 아니라 대학의 교육 시설 낙후도 문제다. 앞서 韓씨의 예에서 보듯 현재 자동차 업체에선 설계에 CAD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지만 자동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과인 기계공학과나 기계설계공학과에 CAD설비 보급은 미미한 실정이다.자동차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수준 을 대학이 못쫓아가는 양상이다.이에 대해선 업계도 어느 정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각종 첨단 설비를 갖추는데만 연연했지,장기적인 안목에서 대학에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라고한양대 오재응(吳在應)교수는 지적했다.
車鎭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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