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물갈이 공천’주역 박재승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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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9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보안 유지를 위해 공심위원들은 대부분 도시락으로 식사한다. [사진=조용철 기자]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9일 전 지역 공천 신청자를 50% 걸러내는 1차 배수 압축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어 경합지역 심사를 위한 여론조사를 시작하는 등 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11일부터 공천 확정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공천심사 작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요즘 ‘박 총재’로 통한다. 공천에 관한 한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보다 더 목소리가 크다는 의미의 농담이다.

박 위원장은 9일 기자와 만나 “촌사람(전남 강진)이 너무 과분한 평가를 받고 있어 부담스럽다”며 멋쩍게 웃었다. 몇 년 전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수차례 완주했다는 그의 목소리는 69세의 나이를 실감할 수 없을 만큼 활력이 넘쳤다. 인터뷰는 이날 저녁 당사 7층 회의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비리·부정 관련자 일괄 공천배제 방침에 대해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8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소회는(그는 즉각 89%였다고 정정했다).

“별일 한 것도 아닌데 뭘…. 사실 저 때문에 탈락한 분들에겐 정말 죄송스럽다. 평소 알던 분들도 있고, 정말 당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인데 어쩌다가 이런 일을 맡게 돼 미안한 마음뿐이다.”

-정치와 담을 쌓고 지내다 왜 이런 중책을 맡기로 결심했나.

“지난해 대선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물론 노무현 정부가 잘했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이런 혹독한 심판이 다음 총선에서도 또 내려진다면 집권세력이 절대권력이 될 텐데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런 걱정을 하던 차에 공심위를 맡아 달라는 제의가 와서 고민 끝에 수락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여당은 물론, 야당도 잘 육성해야 한다. 그건 헌법 정신이기도 하다.”

-공천심사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는데.

“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땐 국민의 뜻에 맞는 후보를 내놔야 견제세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 정치에서 근본적으로 고쳐야 될 게 대통령 사면권이다.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러도 선거만 돌아오면 다 사면해 준다. 심지어 사면받으려고 항소를 포기하는 정치인도 있다. 세상에 이런 나라는 또 없다. 서민들은 빵 하나 훔쳐도 처벌받는데 법을 위반해 수억원을 써놓고 멀쩡하게 또 국회에 입성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나.”

- 너무 고집불통이라는 말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당사자 입장에선 그런 말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개개인 사정을 일일이 따지다간 아무 일도 못 한다. 국민이 일일이 따져서 사정 봐주겠나. 사실 개인적으로 고집 세단 말을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 허허.”

-공천 탈락한 11명을 비례대표나 전략 공천으로 구제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는데.

“그러려면 지금 공천을 줬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내 상상력을 넘어서는 얘기다.”

-공천의 핵심인 호남에서 물갈이 폭이 50%가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

“해봐야 알겠다. 미리 몇 %로 얘기하긴 힘들다. 하지만 호남의 물갈이 폭이 딴 데보다 큰 것은 분명하다.”

-비례대표 상위 순번도 공동대표들과 합의해 결정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보는 후보는 제동을 걸 건가.

“당연하다. 그러려고 ‘협의’를 ‘합의’로 바꾼 거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후보보다 더욱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강금실 최고위원 등 지도급 인사의 서울 출마론을 주장했는데.

“그 생각은 변함없다. 다만 더 이상 얘기하진 않겠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대선에서 그렇게 크게 졌으니 잘못한 것 아니겠나. 국민 의식을 따르지 못한 결과로 본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몇 석 정도 얻으면 공심위원장으로서 보람을 느끼겠나.

“내가 바로 그런 측면에선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하하하. 선거 결과가 나쁘면 마음이 안 좋겠지만 그동안 내려오던 정치권 관행을 끊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까 보다.”

-직접 정치를 할 생각은.

“내가 지금 나이가 몇이냐. 지금 정치한다면 기껏해야 비례대표 초선인데 이 나이에 족보에 한번 올리려고 국회의원 하겠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공천심사 때 구민주계에 대한 계파 지분 안배는.

“이미 합당된 당 아니냐. 난 솔직히 누가 누구 계보인지도 모른다. 회의 때 누가 그런 소리를 하면 ‘이미 통합됐는데 무슨 계파 얘기냐’고 막곤 한다.”

글=김정하·김경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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