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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잘못된 勞.勞대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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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침내 현대자동차가 휴업에 돌입했다.하루 휴업만으로 5천대의자동차생산이 중단되고,하루 4백억원의 손실을 보게 되는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한 기업의 경영을 걱정해서가 아니다.어째서아직도 우리의 노동현장은 투쟁을 위한 투쟁을 위해 불법노동자단체가 합법노조에 대항해 노노(勞勞)대결의 극한양상까지 갈 수 있는지,그 노동활동의 불법성.무모성에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최근 노동현장에 노사화합 분위기를 깨는 두 세력이 등장했다.한 세력은 현대자동차의 기존노조에 반대하는 이른바 「분신대책위」라는 이름의 강경단체이며 또 하나는 국내 최대조직을 자랑하는 한국통신 노조다.두 사업장이 어떤 곳인가.하나는 국가 수출전략의 첨단기지임을 자타가 인정하는 현대자동차이고,다른 하나는 국가기간정보망을 관장하는 핵심적 중추기관인 한국통신이다.
이들이 전면파업에 들어갈 때 수출전략이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고,국가정보망은 전면정지되는 등 사회적 혼 란사태는 불을 보듯뻔하다. 두 사업장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극단적 투쟁은 가급적 피해야만 할 곳이다.그런데 하물며 법외(法外) 단체가 분신사건을 빌미로 합법노조를 공격하기 위한 주도권 쟁탈의 계기로 삼아 수출전략을 초토화시킨다면 이들 투쟁은 反사회 적 행위가 될 뿐이다.현대자동차 이영복(李榮馥)위원장은 93년8월노조위원장을 맡으면서 조합원의 실익확보를 위한 합리적 노동운동을 펼쳐 노조활동 본래의 모습이 뭔가를 보여주었다.이런 바람직한 조합주의 노선에 반기를 드는 것은 투쟁을 위한 투쟁으로 결국 사회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두 사업장의 극한투쟁은 제3의 노조세력 결집을 위한 세력확장용 투쟁이라는 인상이 깊다.한국통신은 「공노대 연대」를 위한 세력규합의 색채가 짙고,분신대책위는 한총련 민주노총준비위와의 연대를 위한 투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우리는 이미 많은 대가를지불하고 노조활동이 복리.후생의 조합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산시켜 왔다.이제 새삼 노조가,그것도 불법노조단체가 국가와 사회를 혼란으로 이끄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법의 테두리 안에서 불법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만이 건전노조가자리잡을 수 있는 토양을 일궈낼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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