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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不實대책 흐지부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부실시공한 건설업체는 블랙 리스트에 올려 향후 공공(公共)공사 입찰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건설교통부가 검토하고 있는 이 방안은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같은 대형 건설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超강경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그 타당성이 검토되고 있다.이 제도와 아울러 최저가(最低價)낙찰제 대신 최적격(最適格)낙찰제를 실시함으로써 공사 적격이 아닌 업체의 공사참여를 막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이 개선책들은 멀리 신행주대교 붕괴사고 때도 한번 검토된 적이 있었고,최근의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에도 다시 한번 검토된 것들이다.큰 사고의 뒤끝에 나타나는 제도적인 개선책은 흐지부지 사라졌다가 다음번 큰 사고 가 일어나면다시 나타나는 것이 관례가 되다시피 했는데,과연 이번 대책도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이런 의심이 제발 기우(杞憂)에 그치길 빌고 싶다.
지금 진입과 퇴출이 가장 활발한 산업분야가 건설업이다.건설업은 많이 망하기도 하고,많이 창업하기도 하면서 가장 역동적(力動的)인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대형참사에서 얻을 교훈이 있다면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공사를 하는 업체는 살 아남지 못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고귀한 인명의 희생과 막대한 재산피해를 보고도 거기서 재발방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다음번 부실공사의 허가장을 내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대형 부실공사의 이면에는 건설업체 혼자서만 책임질 수 없는 구조적인 모순과 부조리가 있다.따라서 부실공사의 원인을 제공하는 일체의 비합리적 제도와 관행에 대해 추상(秋霜)같은 척결의지를 발휘해야만 비로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효과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인 검.경의 사고수사(搜査)로서는 얻을 수 없다.제도적으로 부실공사가 발붙일 수없는 장치를 마련하고 그것을 엄격히 여행(勵行)하는 방법밖에 없다. 외국업체에도 시공과 감리권(監理權)을 주는,말하자면 선진건설기술을 도입하거나 이것과 국내기술을 경쟁시키는 방법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부실공사 때문에 국민적 자존심이 얼마나 상처받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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