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납세제도 도입하면 법인세 99억서 49억으로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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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올해 안에 도입하려는 연결납세제도는 그동안 재계의 단골 건의사항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정부에 건의한 최우선 세제 개선 과제였다. 자회사 가운데 적자기업이 있는 기업집단은 이 제도의 도입으로 세금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왜 도입하나=연결납세제도는 기업집단을 하나의 납세 단위로 묶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예컨대 A, B, C 3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그룹이 있다고 하자. A사가 300억원 이익, B사가 100억원의 이익을 내고, C사는 200억원의 손실을 냈다면 지금은 A사는 300억원에 대해 74억88만원, B사는 100억원에 대해 24억8800만원을 세금으로 낸다. C사는 손실을 봤으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되면 이 기업 집단은 3개사의 이익과 손실을 합쳐 200억원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지금보다 세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표 참조>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되면 2000년 기준으로 세수가 약 5100억원에서 1조2000억원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시점인 2000년보다 현재 법인세 규모가 두 배 이상 는 것을 감안하면 세수 감소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연구원 김진수 박사는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 우려가 있어 초기 2~3년간 가산세(Surtax)를 부과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되면 법인세율 인하 못지않은 감세 효과를 볼 수 있다. 허용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세금 부담이 완화돼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 제도를 원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정부는 1999년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에 그룹 형태를 지주회사로 바꾸도록 종용했다. 지주회사가 기업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세제는 지주회사 제도를 뒤따르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처음엔 의욕을 갖고 추진했으나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는 벽에 막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지주회사제도가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주회사를 세제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 사업부보다 자회사가 세금을 더 내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되면 세금 부담이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도 연결납세제도 도입을 요구해 왔다. 2006년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가 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연결납세제도 미비를 지적했다. 외국 기업은 흔히 자회사들이 함께 진출하기 때문에 연결납세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대상 자회사 넓혀야 효과=전문가들은 연결납세제도에 포함하는 자회사 대상을 어디까지로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에서는 시행 초기에는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만 연결납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대상이 너무 줄어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 투자를 살리려는 본래 취지가 퇴색된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연결납세 대상을 지분 100% 자회사로 할 때와 지분 50% 이상 자회사로 할 때의 세금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일본에서도 2002년 도입 초기에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소극적이었던 전례가 있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경우만 연결납세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연결납세 기준인 모기업의 자회사 지분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렬·손해용 기자

◇연결납세제도(Consolidated tax return)=지분이 얽힌 모회사와 자회사가 하나의 과세 대상으로 간주돼 각 법인의 이익과 손실을 모두 합쳐 법인세를 내는 제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갖고 있어야 연결납세 대상으로 인정한다. 미국은 모회사가 8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를 대상에 포함하고, 일본은 100%, 독일은 50%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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