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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함께끊어요'] ② 의사와 함께하면 확실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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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과 심장수술을 받으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했던 조재형씨(右)를 금연으로 인도한 김한수 원장이 담배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중앙포토]

흡연은 기호나 습관의 문제가 아닌 ‘니코틴 중독’이다. 의지 만으로 금연을 시도한 경우 성공률이 5% 이하에 그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금연 역시 다른 질병처럼 가족의 관심과 독려, 의사의 상담·치료, 정부의 관심과 정책이 어우러질 때 성공률이 높아진다. 중앙일보가 신년기획으로 펼치는 ‘담배, 함께 끊어요’ 캠페인 두 번째 주제로 ‘의사와 함께하면 확실합니다’를 소개한다. 의사의 상담과 전문 치료로 금연에 성공한 환자의 어렵고도 길었던 금연 체험 스토리를 따라가 본다.

#군대에서 담배를 배우다

금연 성공자 조재형(71·전 불교TV 사장)씨. 그는 담배를 끊은 것이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어 ‘가장 힘들었던 일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위암과 심혈관 수술을 받고,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던 담배였다. 의사의 금연 독려, 상담 그리고 먹는 처방약이 아니었다면 담배 끊을 엄두도 못 냈다는 조씨. 현재 그는 ‘7개월째’ 금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씨는 흔히 말하는 ‘범생’이었다. 그가 담배를 배운 곳은 군대. 장병들을 위로한답시고 군용 담배 ‘화랑’이 한 달에 30갑씩 공짜로 배급되었다. 담배는 고된 훈련 뒤 10분간의 휴식에 친구이자 애인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끊을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렇게 독한 놈일 줄 알았나”는 게 그의 탄식이다.

조씨가 금연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영풍건설 사장 재직 당시 독하게 마음먹고 두 차례 금연을 시도했다. 오징어를 구워 잘게 썰어 수북할 정도로 주머니에 넣고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씹었다. 얼마나 씹었으면 나중에는 입 안이 헐고, 턱이 빠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경영자에게 주어진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담배를 피웠다.

그 후 한 차례 더 금연 시도. 주변의 추천으로 니코틴 껌을 사용했다. 씹을 때마다 쓴맛이 느껴지고,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니코틴 껌의 쓴맛은 흡연 욕구를 더욱 부채질했다. 실패는 더 큰 흡연 욕구로 나타났다.

#고통 ‘악마의 꿀 맛’ 못 잊어

조씨는 1986년 위암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 위암으로, ‘연세대 동문’ 의사가 집도했다. 병상에서 몸을 추스른 뒤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담배. 니코틴이 공급되지 않았던 탓인지 일주일 만에 피운 담배는 ‘꿀맛’이었다. 의사가 만류할 만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친구도 50년 동안 하루 두 갑씩 피우던 골초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러던 그도 결국 담배 때문에 4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비는 한 번 더 찾아왔다. 2004년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은 조씨는 심장으로 통하는 주혈관 두 개가 막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심혈관 확장술을 받았다. 심혈관질환자에게는 금연은 필수. 이제 더 이상 피해갈 곳이 없는 막다른 길에 봉착한 것이다.

그는 “의사가 죽고 싶지 않으면 금연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당시에는 죽는 것보다 담배 끊기가 더 어려웠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담배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고 당시 괴로웠던 심정을 토로했다. 그래도 그는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의사를 제대로 만나다

수술 후 정기적으로 찾은 병원에서 그는 김한수(분당 21세기 내과의원) 원장에게 다시 금연을 권유받았다. 김 원장은 처음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경고, 조기에 수술을 받게 해준 분이다.

김 원장은 심혈관질환 재발 우려를 지적하며, 배우자에게도 금연을 적극 독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최근 출시된 먹는 금연치료제 바레니클린(성분명)도 함께 처방했다. 김 원장은 “환자는 두 차례의 수술 후에도 금연을 못하는 심각한 니코틴 중독 상태였다”며 “이 경우 금연을 도와주는 의사와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사는 환자의 질환 정도, 니코틴 중독 상태를 잘 알고 있으므로, 금연 상담 및 독려가 환자에게 큰 힘이 된다.

처방약 복용 이후 담배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 짜증·초조함 등 이전의 금단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운동을 매일 병행한 덕분에 담배 생각은 더 멀리 날아갔고, 체중 증가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금연 뒤 손자가 다가오다

현재 조씨는 금연 7개월째를 이어가고 있다. 금연하고 나서 가족과의 관계도 더욱 친밀해졌다. 주말마다 부인과 함께 뒷산 조깅을 시작해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고, 냄새 나서 옆에 오기 싫다던 손자들과도 가까워졌다.

딸은 금연 성공을 축하하며 근처 헬스클럽 회원권을 금연 선물로 줬다. 회원권을 끊어주며 반신반의하던 딸은, “금연 실패 시 5배에 해당하는 돈을 물어주어야 한다”며 농담처럼 말했고, 조씨는 이에 질세라 “10배 물어주마” 하고 큰 소리쳤다.

현재 조씨는 금연 전도사가 됐다. 그가 금연을 권유한 3명 중 2명이 같은 방법으로 담배를 끊었다. 조씨는 “여러 번 금연 실패를 한 사람이라면 더욱 더 의사의 상담과 처방약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정리=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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