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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모스크바정상회담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릴 빌 클린턴 美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간의 美-러정상회담에 대한 워싱턴 관측통들의 전망은 대체적으로 비관적이다.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이 『중대한 타결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실토한 데 이어 한 백악관 고위관리 또한 『클린턴대통령이모스크바에서 커다란 협정가방을 들고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백악관 보좌관들중 일부는 정상회담을 위한 클린턴대통령의모스크바行을 만류했을 정도로 이번 회담은 처음부터 김이 빠져 있었다. 美뉴욕 타임스紙는 심지어 이번 美-러정상회담이 외교적성과 대신「말썽」만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섞인 우려를 표명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클린턴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끝내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은▲러시아의 개혁지지와 추진력 제공▲러시아의 對이란 핵기술수출 억제▲러시아의 북대성양조약기구(NATO)가입과 평화동반자관계 동참▲러시아의 체첸공격 자제▲對 북한제공 경수로협상관련 러시아의 참여 문제등을 협의할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러시아의 개혁 가속화를 통한 정치.경제적 안정이 미국안보에도 중요하고▲체첸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원활한對러시아정책 수행에 도움이 되며,더욱이▲10억달러 규모의 對이란 핵기술수출을 봉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등의 의제들은 모두 시급한 사안들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이번 모스크바 방문을 거부할 수 없는 더 중요한 이유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기념행사인 러시아의 V-E데이(유럽전승일)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옐친대통령의 초청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이번 모스크바 방문기간중 옐친대통령이 초정한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등 각국 정상을 만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라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장쩌민과의 만남을 통해 사망이 임박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후의 중국내 정치지도부 권력후계 향방에 대한 「정탐」도클린턴대통령에겐 적지 않은 성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내년도 美대선에서 클린턴 재선(再選)을 위한 사전 선거캠페인說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공화당이 벌써부터 치열한당내 후보지명전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대통령의 모스크바행은 국내정치의 기선제압을 하기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스크바 정상회담이 별다른 알맹이 없이 끝날 경우 클린턴대통령은 오히려 공화당에 외교수행력 미흡이라는 공격 구실만더 제공하게되는 역효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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