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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연의IN-CAR문명] ‘대통령 차’ 우린 왜 못 만드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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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월 25일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날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대통령의 자동차에도 쏠렸습니다. 신형 메르세데스 벤츠 S600 가드 풀만 리무진이 취임식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자동차 동호회 사이트나 자동차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이 차의 성능에 관한 자료들이 줄이어 등장했습니다.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 대통령 전용차에 관한 기사와 뉴스를 꽤 많이 실었습니다. 자동차에 해박한 전문가 수준의 네티즌이 달아놓은 리플을 종합해 보니 기사 중 잘못된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벤츠 S600은 5m가 넘고 배기량은 6000㏄’ 운운하는 대목이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 당시 탄 차는 구형 벤츠 S클래스 롱보디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모습을 보인 차는 신형 S클래스의 풀만 리무진입니다. 구형 S클래스 롱보디는 5m16㎝이고 신형은 기본 롱보디 5m20㎝에 30㎝, 60㎝, 1m가 더해지는 것이 있는데 사진상으로는 1m가 더해진 6m20㎝짜리 차량인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벤츠는 모델명 뒤의 숫자와 실제 배기량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1999년식 S600은 5786㏄에 367마력, 2003년식 S600은 5513㏄에 500마력입니다. 신형은 5514㏄에 517마력이니 ‘대통령의 벤츠는 6m가 넘고 5500㏄에 500마력을 웃돌아’라고 써야 한다는 겁니다.

하긴 차의 길이와 엔진 성능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우리는 또 다른 측면에서 ‘대통령의 차’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차는 적어도 몇 번은 역사적인 순간마다 전 세계에 노출됩니다. 그런 순간을 같이하는 자동차도 유명세를 치르게 돼 있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 직후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같은 모델을 올려놓은 중고차업자는 ‘대통령님의 애마’라는 홍보 문구를 적어 넣을 정도였으니까요(물론 대통령의 차는 속 내용이 전혀 다른 방탄차입니다).

우리나라는 3년 연속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용차가 아직도 외제차라는 사실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 아닐까요. 물론 방탄 기능을 더한 차는 수요가 없어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이 그 이유라고는 하지만, 국산 기술로 탱크도 만들어내는 이 시대에 서너 대의 국산차에 방탄 기능을 탑재하는 일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카니발에서 벤츠로 옮겨 탔을 때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 MB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약칭인 MB가 같아 운명적으로 그 차를 탈 수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고 합니다.

지구상에 정치와 권력이 존재하는 한 자동차도 최고 통치자의 곁에 같이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누비고 다니는 역사적 현장에 우리가 만든 국산차가 함께하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남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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