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취임사절로 온 나카소네 前 일본 총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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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13면

최정동 기자

-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대한 소감부터 듣고 싶다.

"韓·日 정상 많이 만나 양국이 친구가 되고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돼"

“취임 연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해외 참석자들도 매우 공감하고 기뻐했다. 일반 국민도 마음으로부터 기뻐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가난한 가정을 딛고 일어나 고난을 넘어 대통령이 됐으며, 한국은 그런 나라로 여러분도 희망을 가져 달라고 했을 때 압도적인 박수를 받았다. 한국 국민 여러분도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정부의 정신적인 지주는 그 포인트에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재임 중 그 말을 잊지 않고 일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취임사에서 주목한 부분이 있다면.

“이 대통령은 선진주의(선진화)를 얘기했다. 지금까지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한국의 국제적인 지위를 올리고, 일류 국가를 지향하겠다는 의도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여러 전략을 생각하겠지만, 역시 한국이 국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세계평화·과학기술의 면에서 한 걸음 전진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국·일본·중국의 3국관계를 진정한 협조관계로 만들고, 그 위에서 미국과 제휴하는 정책에 한국이 적극적인 외교 조치를 취하면 평가는 올라갈 것이다.”

-이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25일 취임식 직후 첫 정상회담을 하고 셔틀 정상외교 복원에 합의했다. 한·일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은.

“셔틀 외교를 한다고 한 만큼 양자 (정상)회담의 기회는 많이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양국이)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신뢰관계를 갖고 서로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양국 모두 중국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조건일 것이다. 한·일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서 농업 부문에 대한 특례를 만들어 빨리 타협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한·미·일 3국 공조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북한의 핵을 폐지(폐기)하는 정책을 명확히 했다. 6자회담의 결론을 떠맡아 선두에 서서 북에 요구하고, 그 요구가 성사되면 북한이 장래 국민 1인당 소득이 3000달러로 올라가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요컨대 전 정권이 유야무야했던 북한 핵의 처리, 국제적 약속의 준수 의사를 보여주었다. 지금까지는 안개·구름이 끼어 있었다.”

-중국 정부가 미·일 양국 정부에 3자 정기 대화를 타진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한·미·일 3국의 공조를 견제하려는 인상도 풍기는데.

“그것은 큰 것이 아니다. 역시 정권이 출범한 다음의 정규 외교관계, 수뇌부의 움직임이 국제관계를 움직인다. 걱정할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동아시아공동체 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마침 후쿠다 총리는 아시아를 중시하는 외교를 펴고 있다.

“동아시아협력체, 이른바 동아시아공동체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한·일·중 3국이 찬성하고 있다. 다만 북쪽의 3국 간에는 남쪽의 10개국에 비해 충분한 협력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 3개국은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지에서 3자 정상회담을 해왔다. 이것은 부끄러운 얘기다. 역시 북의 3개국이 돌아가며 정기적으로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이 부분과 관련해 한국의 새 정부가 활약할 수 있는 장면이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해 큰 호의와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국이 참의원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시끄럽다.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는 언제쯤 있을 것으로 보나. 또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연립 가능성은.

“지금 참의원 여소야대 현상으로 내각이 고생하고 있다. 언젠가는 타협할 것이다. 이 현상은 참의원 형세로 보면 앞으로 6년간 계속된다. 이를 고려하면 1년간에 걸쳐 이 현상을 처리하기 위한 정치 교섭 체계와 방식을 만들어 정국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중의원 해산은 (7월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국(G8) 정상회담까지는 없을 것이다. 중의원 의원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따라서 올가을 이후 중의원 해산의 찬스는 몇 번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은 과학적 사회주의, 화해(和諧) 정책을 취해 비교적 냉철하게 문제를 의식하면서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하나씩 극복하려 하고 있다. 올여름의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의 상하이 엑스포는 아마도 성공할 것이다. 그 사이 무리한 정책을 내정에 강요할 수도 있다. 올림픽·엑스포 후의 경제적, 사회적 처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 큰 불황이 왔다. 후진타오 정권은 2012년까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전례 등을 검토해가면서 이 문제를 극복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일·중관계는 매우 좋게 회복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방중,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일로 얼음이 녹아 봄이 오고 있는 상황이다.”

-3월의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중 화해를 지향하는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 관계가 적잖게 바뀔 듯한데.

“나는 대만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가.

“빌 클린턴 전 정권의 전력을 보면 대중국 유화정책, 유럽 지향으로 갈 위험성이 있다. 이 점에 대해 한·일 양국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대응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한 기간에 총리 재임 시 카운터파트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집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대화를 나눴나.

“두 원로 모두 이명박 정부에 대해 기뻐했고, 지원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일본과의 협력에 대해서도 일치했다. (두 사람으로부터) 한국의 정당 정치, 대언론 관계의 복잡함에 대해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됐다.”

-여전히 정정한 모습이다.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허허. 대체로 수면과 좌선 등으로 한다. 잠은 하루 7시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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