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아이들아, 사랑의 매를 맞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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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08면

글·그림 김규삼, 네이버, 단행본-대원씨아이 펴냄

정글고등학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학생을 명문대에 보내고자 하는 입시 명문이다. 그런데 여러 모로 이상하다. 미션 스쿨이라지만 신봉하는 종교는 부두교고, 도저히 먹기 힘든 음식을 파는 매점 주인은 이사장과 거의 똑같이 생겼고, 상담 교사는 학생에게 수십만원에 달하는 상담료를 청구한다. 교가의 가사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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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솟음같이 신림동 S대로, 한강수 흐름같이 최소한 인 서울” 그렇다.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이하 『정글고』)는 현실에서도 이미 정글이나 다름없는 학교를 무대로 삼은 패러디 만화인 것이다. 학원물답게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 만화에서 그래도 비중이 가장 큰 캐릭터는 불사조다. 이름 그대로 새의 외모를 하고 있는 불사조는 전교 1등이지만 반란을 주동하는 반항아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재벌 2세여서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영수, 머리는 나쁘지만 남자답고자 신경 쓰는 영빈, 만년 이인자인 데다 최근엔 태양계에서도 밀려난 명왕성, 불사조를 짝사랑하는 희선,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여러 교사가 『정글고』에서 살아간다.

『정글고』의 매력 중 하나는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교사를 멍석말이하는 판타지, 빈약한 급식의 추억, 숙제를 미루기만 하다가 어느 사이 끝나버린 방학의 나날. 익숙한 풍경에 몰입하여 키득거리다 보면 문득 쓴웃음도 짓게 된다. 최근 에피소드 중 하나인 ‘잉글리쉬 해져드’는 사회성을 지닌 소재와 학창 시절 기억이 적절하게 배합된 경우.

영어로만 대화하는 미래의 한국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어메어리컨 스타일’로 교사를 ‘미스터 최’라 부르자 영어로 말하던 교사가 무기를 손에 쥐고 한국어로 말한다. “책상 뒤로 밀고 1번부터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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