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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술품 대중화 실현되려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 집 한 그림 걸기」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일 개막된「5월 미술축제」가 첫날부터 대성황을 이뤄 미술품 대중화에 밝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95 미술의 해」를 맞아 조직위원회와 화랑협회가 미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마련한 이 행사에서 출품작의 절반이 넘는 2천여점이 개막후 불과 3시간만에 팔려나가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인간의 삶과 꿈을 형상화하는 예술장르로서의 미술은 태초부터 대중의 생활과 유리될 수 없었다.그러나 순수한 예술작품조차 돈으로 환산되는 산업화사회에서 미술은 보고 즐기는 대신 소유하고매매되는 기능만 부각되기에 이르렀다.호당 수백만 원,수천만원씩호가하는 작고작가들의 작품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나날이 값이 치솟기만 하는 소위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대중에게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음은 당연했다.
이번의 그림축제는 우선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 화랑들이 일제히 참여했다는 점,원로에서 무명 신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의 작가들이 골고루 참여했다는 점,그리고 무엇보다 50만원부터 1백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작 품을 구입할수 있게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이 정도라면 좋아하는 작가의작품들을 집에 걸어놓고 틈날 때마다 감상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법 하다.
그러나 이같은 행사가 상례화되기 위해선 몇가지 전제조건이 뒤따른다.무엇보다 작가도,화랑도,수요자도 이 행사를 백화점의 바겐세일과 혼동해선 곤란하다.출품되는 작품의 수준이 평시보다 떨어진다면 미술의 대중화라는 근본명제를 저버리는 것 이기 때문이다.또 하나는 수요자의 경쟁심리를 유발해 선호(選好)가 특정 작가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한 집 한 그림 걸기」캠페인도 좋지만 자칫하면 미술시장에 새로운 바겐세일식유통질서가 형성될는지도 모르기 때문이 다.
미술과 대중간의 거리 좁히기라는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선 그같은 문제점들을 끊임없이 검토해 줄여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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