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봉사하는 의사像 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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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열린 서울시의사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민주당 C의원은 의사들의 기대에 미흡하게 확정된 금년도 의보수가인상률(5.8%)을 두고『의사는 더이상 정부.여당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이번지방선거에서 의사들의 표몰이를 호소해 눈길을 끌 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대표적 기득권층의 하나로 인식돼온 의사들이「의사=야당」이란 C의원의 발언에 우뢰와 같은박수를 보냈다는 것.
전문의를 딴 의사가 1년이상 병원에서 무보수로 근무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실제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내유명대학병원의 대다수 진료과에서 이른바 전임의라 불리는 무급 전문의들이 매년 수십명씩배출되고 있다.
교수나 유명종합병원 스태프등 좋은 취직자리가 생길 때까지 2년이상 기다리는 무급전임의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인턴과 레지던트로 지칭되는 이른바 수련의 과정 5년은 잦은 당직과 연일 계속되는 격무로 가장 대표적인 3D 직업의 하나.
그러나 이들이 받는 월급여는 위험수당과 상여금을 합해도 1백만원이 채 못된다.
올해초 국시파동으로 뽑아놓은 인턴들이 대거탈락하는 사태가 생기자 당사자 못지 않게 다급해한 쪽도 수련의들의 저임(低賃)노동력 상실을 우려한 병원측이었다.
최근 대한의학협회가 의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시직업을 선택할 경우 의사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답변 또한 55%나 돼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의료계 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 못지않게 의료개혁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자신의 주치의만큼은 90%이상 신뢰한다는 뉴스위크의 여론조사가 부럽기만하다는 것이 의사들의 솔직한 고백.그러나 실타래처럼 꼬인 국내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 역시 의료인 스스로에게 있음을 인식해야할 것이다.로비나 항의성명서 낭독,파업위협등이 능사가 아니다.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봉사하는 의사상을 심어 나간다면 국민들도 더이상 외면하지 않을 것임을 하루빨리 인식해야 할 것이다.
〈洪慧杰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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