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호크 154기 실린 ‘바다 속 무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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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부산시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 부두에 정박 중인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오하이오’함(수중 배수량 1만8750t)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내외 언론에 공개됐다. 이 잠수함에는 154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미 해군의 최대 핵추진 잠수함인 오하이오함(SSGN·1만8750t)은 ‘바다 속의 무기고’였다. 잠수함 한 대에 무려 154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수직 장착돼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 초기 발사한 총 토마호크 수가 400발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지표면을 따라 저고도로 2500㎞를 날아가 3m 크기의 표적을 맞히는 초정밀 유도무기다.

주한 미군은 26일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 부두에서 오하이오함을 공개했다. 미 핵추진 잠수함이 한국 언론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주한 미군이 극비에 싸인 핵추진 잠수함을 국내 언론에 전격 공개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 동맹 강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미 7함대 사령관 더그 크라우드 중장은 “ 오하이오함의 첫 기착지가 부산이라는 점은 한·미 간 우호 관계가 돈독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입항한 오하이오함은 3월 2∼7일 사이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북한의 전면 남침을 가정해 미군을 한반도에 증원하는 ‘키 리졸브’ 연습에서 오하이오함의 개전 초기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한·미연합군 특수부대를 북한 지역에 투입해 주요 표적을 확인한 뒤 토마호크 미사일로 파괴하는 임무다.

오하이오함의 갑판 중앙 해치 속으로 들어가 아슬아슬한 수직 사다리를 타고 5∼6m를 내려가니 전투기 조종석 10배쯤 되는 지휘통제실이 나타났다. 이곳에는 15개의 컴퓨터 모니터가 부착돼 있어 잠수함 운항에서부터 토마호크 발사까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오하이오함은 지난해 모든 전투장치가 최신 컴퓨터 체계로 바뀌었다”고 함장 앤디 해일 대령은 설명했다. 해도까지 완전히 컴퓨터 속에 넣고 다녀 더 이상 종이지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체 중심부에는 미사일실이 있다. 미사일실에는 미사일 발사대(사일로) 12개가 두 줄로 나란히 서 있다. 24개의 사일로 가운데 22개에 각각 7기씩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장착돼 있다. 나머지 사일로 2개는 특수부대원의 수중 출구 등으로 사용한다.

1979년 핵 탄도미사일(SLBM) 발사용(SSBN)으로 진수된 오하이오함은 2006년 토마호크를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SSGN)으로 완전히 개조됐다. 원자력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한번 바다 속에 들어가면 3∼6개월 동안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게 예사다. 그래서 무료한 승조원들은 미사일 사일로 사이로 난 복도를 따라 조깅을 한다. 7바퀴 돌면 1.6㎞라고 한다. 18척의 오하이오함의 척당 1년 운영비만 5000만 달러(약 475억원)다.

글=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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