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살롱>성공회 金成洙주교 부인 金후리다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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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회색빛 도는 맑은 눈동자,유난히 깨끗한 피부,티없이 환한 미소가 아직도 소녀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김후리다(62)씨.
영국에서 태어난 김씨가 대한성공회 관구장 김성수(金成洙.65)주교와 결혼,한국에서 생활한지도 어언 26년이 지났다.
『1962년부터 일본에서 선교사 일을 했었어요.그러던 중 69년초 일본 성공회 행정기구를 시찰하러 온 남편을 이틀간 안내한게 인연이 됐어요.첫인상은 특별한게 없었고,그냥 나보다 열살가량 적어보이는 젊은 신부가 상당히 헌신적으로 봉사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김씨는 36세 노처녀였고 김주교는 39세의노총각이었다.며칠후 한국에 돌아간 김주교가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왔고 그것이 인연이 돼 수차례 서신을 주고받게됐던 것.둘 다늦은 결혼 탓이었는지 국제결혼임에도 불구하고 양가의 반대는 없었다. 『화장실 문제나 높은 문턱을 드나들며 밥상을 나르는 일등은 그래도 쉬웠어요.그러나 모임이나 가정에서 여자가 말이 많으면 안된다는 이상한 풍습만은 견디기 힘들었어요.』 원래 농담을 즐기는 활달한 성격의 김씨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자기 표현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남편이 84년 주교가 되고 나서는 더 심해졌다는 것.
남편에게 불평도 많이 했지만 아무리 떠들어도 묵묵부답이라 싸움이 아예 되지 않았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웃는다.
김씨는 요즘 서울강남구신사동에 지난달 새로 이전한 레코텍 사무실((516)5531)운영비를 모금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영국 리즈사범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다시 런던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후 교사생활을 한 바 있는 그가 남 편이 74년설립한 성베드로학교에서의 경험을 살려 놀이치료기관인 「레코텍 코리아」를 설립한 것은 지난 83년.
장애인 교육과 자활을 위한 성베드로 학교가 국교생 이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유아정신장애인을 위한 조기교육기관이필요하다는데 생각이 미친 것.
『5억원을 목표로 지난해 모금운동을 시작했는데 아직 1억원밖에 안되네요.5백명이 1백만원씩만 내면 되는데 그게 어렵군요.
』 후원자가 많아지길 간절히 고대하고 있는 김씨는 평생을 이 일에 바칠 생각이다.그런 그에게도 오는 6월 관구장직을 정년퇴임하는 남편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남들에게 다정다감한 만큼 가족에게도 다정다감해주었으면 하는 것.
『남편이 나이보다 훨씬 건강해 다행이에요.제가 충분히 돌보지못했는데도 아들 용이(25.연세대대학원 체육교육과)와 한국 남자와 결혼해 일본에 살고 있는 딸 빛나(24)가 잘 자라줬구요.』김씨는 하나님의 은총에 거듭 감사한다.
〈金明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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