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알콜중독 급증-重症 80%가 30~40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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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화장품회사인 H사 전무였던 朴모(59.서울강남구논현동)씨는 알콜중독때문에 93년 회사를 그만두고 알콜중독치료 전문 병원에입원,치료받고 있다.
20대중반 입사때만 해도 알콜중독으로 가산을 탕진하는 아버지를 보고 술을 안마시겠다고 결심했다.그러나 직장에서 받는 각종스트레스를 잊으려고 한잔 두잔 입에 대기 시작한 술이 자신도 모르게 중독이 됐다.50세가 넘어서는 집에서도 소주 두병을 마셔야 잠을 잘수 있는 지경이 됐다.
더욱이 술에 취하면 가족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칼까지 휘두르는등 흉폭해져 朴씨가 퇴근하는 시간부터 가족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견디다 못한 부인 金모(57)씨는 92년 두아들을 유학형식으로 미국에 피신시켰다.
부인 金씨는『입원한 남편의 병세가 호전돼 지난달 퇴원시켰더니며칠후 술을 먹고는 부엌칼을 들고 문과 벽을 찍는등 발작증세를보여 다시 입원시켰다』며『술 때문에 가족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고 말했다.
20년 근무한 C대학을 92년 그만둔 金모(48.서울종로구청운동)씨도 같은 경우.
金씨는 평소 말없이 조용한 편이나 주변사람들로부터『술먹으면 쾌남』이라는 말을 듣게되자 자청해 술자리를 만드는 횟수가 늘어났다.몇년전부터는 하루종일 술잔을 입에서 뗄 수 없고 툭하면 집안의 모든 유리창을 깨는 중증 알콜중독자가 돼버 렸다.
金씨는 사직후 3년간 일곱군데의 병원에 24차례 입.퇴원을 반복했다.그러나 요즘도 2시간마다 소주 반병씩을 마셔야만 견딜수 있다.金씨는『술을 마셔야 손도 안떨리며 뱃속과 기분이 안정된다』고 호소한다.
이처럼 알콜중독으로 몸을 망치는 중년들이 늘고있다.
특히 과중한 업무와 날로 격화되는 경쟁에 시달리는 30~40대 직장인들이 폭음을 강요하는 음주문화에다 스트레스해소 차원에서 마시는 술이 습관성으로 바뀌고 급기야 중독상태에 이르러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학계와 의료계의 진단이다.
최근 종합병원 정신과병동에는 이같은 30~40대 알콜중독자의발길이 크게 늘고 알콜중독환자 전문 클리닉까지 생겨날 정도다.
서울마포구도화동 알콜전문클리닉 서울의원의 경우 92년부터 지금까지 입원 환자만 5백명이 넘는다.상담환자는 92년 하루 2명정도였으나 점차 늘어 올들어선 하루 10여명에 이른다.
서울의원 김용배(金龍培)원장은『40대이상 사무직 종사자의 30%이상이 알콜중독 초기증상을 보이고 있다』며『중증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엄예선(嚴藝仙.사회사업)교수팀이 전국 18개 병원 알콜중독환자 1백3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콜중독자의 17.6%가 관리직.사무직등 화이트칼라층이었고 30~40대가 80.6%를 차지했다.
〈郭輔炫.朱宰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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