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LG 이상훈 "쌩쌩打" 2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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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사자갈기를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글러브로 얼굴을 가린채 타자를 매섭게 쏘아보는 눈,다이내믹한 와인드업에 「칠테면 쳐봐라」는 식의 거침없는 투구,그리고 등에는 왼손 에이스를 상징하는 47번(47번은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 스의 왼손 최다승투수 톰 글래빈의 백넘버.이상훈은 입단때부터 글래빈의 넘버를 다는등 그를 좋아했다).
LG 이상훈(李尙勳)이 「천연 기념물」이 돼버린 프로야구 20승투수를 위한 두번째 계단을 올랐다.李는 20일 잠실에서 벌어진 OB와의 경기에서 3안타 2실점으로 완투승을 기록,시즌 2승째를 올리며 팀을 3연패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지난해 18승으로 해태 조계현(趙啓顯)과 함께 다승 공동1위에 올랐던 李는 올해 한층 성숙해진 경기 운영능력을 보이며 90년 선동열(宣銅烈)이 22승을 올린이후 5년만에 20승 투수출현가능성을 한층 짙게 했다.
李는 최고구속 1백44㎞의 빠른공을 주무기로 썼다.이밖에 타자를 유혹하는 슬라이더.포크볼.체인지업을 적절히 안배,OB타선을 6회까지 퍼펙트로 꽁꽁 묶었다.빠른 공으로 유리한 카운트를잡은뒤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오프 스피드 피치,투구의 강약을 조절하는 체인지 오브 페이스등을 자유자재로 구사,기량이절정에 달했음을 입증했다.
李의 경기운영이 성숙해진 것을 보여준 장면은 4회말 김상호(金湘昊)의 강습타구를 오른쪽 옆구리에 맞았을 때.
李는 재빠른 동작으로 타구를 처리한 뒤 덕아웃을 향해 전력질주,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했다.덕아웃 뒤에서 만난 李의 대답이걸작이었다.『내가 아파하는 모습을 OB선수들이 보면 사기가 올라갈게 뻔하지 않느냐.아프지만 일단 덕아웃으로 들어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李泰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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