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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교육비 해법 다양하고 신중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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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발표한 ‘2007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왜 ‘사교육 공화국’인지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학생 5명 중 4명이 사교육에 매달리고 국가 전체 예산의 10분의 1에 가까운 20조400억원을 한 해 사교육비로 쏟아붓는 게 우리 현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모의 소득·학력 수준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액 차이가 9배나 벌어진다는 것이다. 사교육의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 번성의 주범은 부실한 공교육이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서 사교육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역대 정부가 그걸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그간의 공교육 강화책은 안이하고 성급한 발상으로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노무현 정부의 2008학년도 대입정책만 해도 그렇다. 내신 강화로 공교육을 활성화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내신·논술 사교육을 키운 꼴이 됐다. 공교육 개선의 문제를 학교 교육 자체가 아니라 입시제도로만 풀려고 한 우(愚)가 빚은 결과다.

새 정부는 이런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섣부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불쑥 내놓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특목고가 사교육의 진원지라며 ‘특목고 때리기’나 하는 대증요법도 안 된다. 학생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 교육을 바꾼다는 기본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월성 교육을 위한 다양한 학교의 운영이 확산돼야 한다. 일반학교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 교원평가·교육정보 공개 등의 제도가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예체능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서울 북한산초등학교는 바이올린·재즈댄스 등 21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교생의 70%가 학원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편법과 탈법으로 사교육비 고액화를 조장하는 사교육 시장에 대한 효율적 규제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교육청 직원 한두 명이 1000여 개의 학원을 단속하는 현실을 그냥 놔둔 채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