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그리고, 마음을 새기는 판화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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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26면

김준권 목판화전 ‘자연으로 물들다’
4월 27일까지
충북 진천 종 박물관
문의: 043-539-3848

한국의 산과 들과 물을 화폭에 담는 목판화가 김준권의 개인전이 열린다. 1991년부터 충북 진천에 뿌리를 내리고 작업을 해 온 김준권은 한국 현대 판화가로는 보기 드물게 다색 수성 목판화를 시도한 작가다. 우리가 익숙한 서구식 유성 잉크를 쓰는 대신 수성 물감을 택한 그는 한국의 전통적 수성 다색 목판화뿐만 아니라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와 중국의 수인목판화까지 익혔고, 화사하나 고운 감성이 묻어나는 그만의 목판화를 발표해 왔다.

푸른색과 흰색이 어우러지면서 한겨울 숲의 한기를 전하는 ‘겨울 숲에서…’, 오로지 녹색만으로 채색되었으나 붓털마다 다른 채도와 명도의 녹색을 사용해 칠한 듯이 변화무쌍한 ‘청보리밭에서…’(사진), 푸르스름한 허공에 붉은 꽃송이가 흩뿌려진 ‘열정’. 이런 작품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마음의 필터로 다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놓는다. 물색도 무색도 아닌 호수 위에 푸른 풀잎이 우거지고 자그마한 먹색 오리들이 떠다니는 ‘호수’를 보고 있으면 보는 이의 마음까지 그 물결에 실려가는 듯하다.

그 한편에는 먹색만을 사용한 단아한 모노톤의 판화들이 있다. 김준권의 다색 목판화가 주로 실경에 근거한 결과라면 모노톤의 판화들은 작가가 그 내면으로 다가가고 있는 여정, 존재와 세계를 파악하는 관념을 보여 준다. ‘산에서…’ 연작이 대표적인 경우다. 문농도의 대비가 ‘산에서…’ 연작보다 좀 더 두드러진 ‘새벽 강가에서…’, 근경과 원경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남성적인 기운을 물씬 풍기는 ‘숲에서…’도 이 계열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전시 기획자 김진하씨는 김준권이 풀고자 하는 화두가 “‘화·각·인(畵·刻·印)’ 이 아니라 ‘화·각·인(畵·刻·人)’”임을 지적하며 “그림(畵)과 프로세스로서의 새김(刻)과 찍음(印)이 모두 작가와 보는 사람의 마음으로 귀결된다”고 평했다.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유성판화와 수묵판화를 모두 체험하는 판화 찍기 체험교실이 열리고, 3월 22일과 4월 12일에는 진천 백곡면에서 작업실 오픈 스튜디오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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