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살롱>연세大 총장 부인 卓順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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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58세의 여의사 탁순희(卓順姬)씨의 하루는 새벽같이 일어나 토스트를 굽는 일로 시작된다.집안일을 돕는 사람이 오후에나 오는 탓으로 남편의 아침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그는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선다.몸담고 있는 美8군병원 내 과의 진료시간이 아침7시30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내의 배웅없이 혼자 출근하는 그의 남편은 연세대 송자(宋梓.59)총장이다.60을 바라보는 이들 부부는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서양식 고옥(古屋)총장공관에서 이렇게 신세대 맞벌이부부처럼 산다.
卓여사 부부는 대학(연세대 상과와 서울여자의전)시절 교회(아현중앙감리교회)일을 돕다가 자연스레 가정을 이뤘다.대학총장이란직책이 「하나님이 주신 소임을 최선으로 봉사」해야 하는 다른 직업과 다를 바 없다고 해도 종합대학 총장의 부 인 노릇이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다.92년 8월 남편이 연세대 총장으로 선임됐을 때 卓여사는 「잠시 내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卓여사는 남편을 이렇게 부른다)이「그럴 것까지 있느냐,지금처럼만 해주면 부족할 게 없다」고 해서 용기를 냈지요.대신 퇴근 이후의 시간은 철저히 남편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의사로서의 직업적 모임과 연세대 총장부인으로서 참석해야할 공적인 자리가 겹칠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물론 후자」라고 답한다.30년이 넘는 의사생활에도 불구하고 卓여사는「엄마와 아내로서 최선을 다한 여성」으로 남고싶어 한 다.
그가 생각하는 현처(賢妻)는「남편이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제3자의 입장에서 충고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다.그 어렵다는 미국대학의 종신교수직을 얻은 남편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연세대로 돌아와 총장이 되었을 때 그는 남편에게 『이 사회가 당신의 능력을 원한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이냐』고 말했다.
「아무리 늦더라도 남편이 들어오기 전에 잠들지 않는다」는 卓여사와 宋총장이 세상의 어느 보물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두딸(은미.27,정연.23).이들이야말로 「21세기 한국 사회의 경쟁력 제고」를 소리높여 외치고 다니■「경쟁력 전도사 」宋총장의 숨겨진 경쟁력이 아닐까.
〈李德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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