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DJ·김정일 55분 동승 사전 조율 … 경호 공백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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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원들은 매일 대통령을 위해 죽는 훈련을 한다. 그래서 매일 아침 목욕을 하고 속옷을 깨끗이 갈아입는다. 만의 하나 자신의 시신이 수습될 경우에 대비해서다. 경호원의 실수는 대통령의 안전과 직결된다. 실수 없는 경호를 위해 그들은 풍선 터지는 소리와 총소리 등을 반복해 듣는다. “바람 소리도 놓치지 말라”가 그들의 업무 수칙이다.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창경궁을 방문했을 때 경호원들이 차량을 에워싸고 근접 수행 경호를 하는 모습. [대통령 경호실 제공]

2000년 6월 열린 남북 정상회담 첫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55분간 차를 같이 타고 이동했다. 일정에 없던 이 55분간의 차량 동승을 놓고 국내에선 ‘경호 공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진상과 관련해 염상국(51·사진) 대통령 경호실장은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전에 남북의 경호 책임자들끼리 조율이 돼 미리 알고 있었던 사안”이라며 “그때만 해도 그런 사정을 일일이 얘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밝히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을 방문할 때도 해당국 경호실이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당시 (통보가) 갑자기 이뤄진 것일 뿐 경호 공백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20일 오후 청와대 안 경호실장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현직 경호실장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처음이다

염 실장은 1982년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를 시작해 올해로 26년째며, 지난해 3월엔 역대 경호실장 가운데 최초로 내부에서 승진해 경호실장에 임명됐다. 그는 지난해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2차 남북 정상회담 경호와 관련해 “북측 (호위총국) 관계자들은 대통령과 우리 경호원들이 근접해 같이 다니며 서로 얘기하는 모습을 굉장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북측에선 경호원들이 김 위원장 가까이 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측 경호원 간 갈등은 없었지만 경호 안전 관련 장비에서 성능의 차이가 있었다”며 “예를 들어 양쪽에서 경호 차량이 가는데 기동성이 달라 북쪽 차량의 속도에 맞추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염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주말에 외부에서 지내고 교회에서 예배를 보기를 희망한 것과 관련해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재임 중 교회를 갔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이희호 여사도 격주로 교회을 찾은 일이 있어 이례적인 건 아니다”며 “경호실 차원에서 현장 중심의 경호 인력 운영을 위한 직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취임식 경호를 위해 지난해 12월 초부터 구성된 기획단에서 행사장 일대의 항공사진 분석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조직 개편으로 경호실이 경호처가 돼 ‘마지막 경호실장’으로 25일 퇴임하는 염 실장은 “경호실이 대통령실로 통합되는 건 작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방침이므로 따라야 한다”며 “그러나 경호실과 비서실은 기능적으로 같이 일하기 어려워 소속은 대통령실장 밑이지만 독립적인 인사와 예산 운영 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희·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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