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女교장 복싱名門키워-아마선수권우승 울산중앙中염덕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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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방의 이름없는 중학교 복싱부를 전국최강으로 키운 여자 교장선생님의 억척정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막을 내린 제27회 전국중고 신인 아마복싱선수권대회(잠실체육관)에서 5체급을 석권,중등부 종합우승을 차지한 울산 중앙중의 염 덕순(廉德順.60)교장이 그 주인공.
廉교장은 음악교사 출신으로 당초 복싱과는 거리가 멀었다.그러던 廉교장이 복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2년 9월1일 이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당시 학교엔 복싱부가 있었음에도 훈련장도 없는등 열악한 환경속에서 명맥만 이어가는 정도였다 .
문제학생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던 廉교장은 복싱이 정당한룰에 의해 치러지고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등 그리 위험한 운동이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복싱을 건전한 스포츠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또 결손가정 학생들이나 공부에 취미 가 없는 학생들의 탈선을 복싱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복싱이워낙 힘든 운동이어서 딴생각을 할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이에 착안,廉교장은 복싱부를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복싱 훈련장이 아쉬웠던 廉교장은 『지역의 명예를 드높인다』는 명분으로 경남도교육청장과 울산시교육청장을 설득해 6천만원가량의 적지않은 지원금을 받아 지난해 10월 50평규모의 완벽한 실내훈련장을 마련했다.
부임초 경기장 어디든 달려가는 열성에 의아해 했던 교직원들도지금은 오히려 『교장선생님이 가셔야 선수들이 힘을 얻는다』며 등을 떠밀 정도로 「복싱 교장선생님」이 됐다.대회기간에도 지난13일 회의차 울산에 내려갈때까지 줄곧 경기장 에 나와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성원에 힘입어 명맥만 유지하던 중앙중 복싱부는 이번대회를 3연패했고 올해 소년체전 경남지역예선에서는 13체급 가운데 7체급을 휩쓰는 등 경남최고의 복싱명문으로 올곧게 자라났다. 『선수들이 열심히 따라주고,남은 학생들이 성원해준 덕분이지요.』 작은 체구의 廉교장은 중앙중 복싱부가 전국최강이 된 공(功)을 학교와 선수들에게 돌렸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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