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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철도동호회 시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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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사실. 페달.브레이크 등 기관사의 손.발이 닿는 장치에는 8개의 센서가 장착돼 있다. 센서 중 하나라도 2.5초 이상 기관사의 손발이 닿지 않으면 경보가 울린다. 경보가 울린 뒤에도 센서에 감지되지 않으면 2.5초 뒤 열차가 자동으로 정지한다.

고속철을 타고 달리는 느낌은 어떨까요. week&팀은 열차 매니어인 철도여행동호회(cafe.naver.com/ktx1).철도동호회(cafe.daum.net/kicha) 회원 14명과 함께 두 차례고속철도를 타봤습니다. 이들과 함께 고속철도의 속도감.서비스에서 부대 시설 편의성까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고속철도에서 바보되지 않으려면

열차에 올라 객실로 향한다. 통유리문 앞에 한동안 서 있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손잡이를 살짝 건드리니 '피익~' 김 빠지는 소리를 내며 문이 천천히 열린다.

다른 열차 좌석만은 못하지만 비행기 좌석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팔걸이의 버튼을 누르면서 등을 뒤로 기대본다. 등받이가 꼼짝도 안한다. 고장인가. 알고 보니 엉덩이 받침 부분을 앞으로 쭉 빼야 등받이가 뒤로 넘어간다. 고개를 젖히니 짐 선반이 보인다. 투명한 재질이라 시원한 느낌. 앗, 앞에 앉은 꼬마의 바지 지퍼가 열린 모습이 선반에 비친다. 선반이 있는 창가 자리에서는 남들의 시선에 신경써야 한다.

땅을 나는 열차

열차가 서서히 서울역을 빠져나간다. 용산역을 지나 광명역까지 기존선 구간을 가는 동안에는 새마을호를 탄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광명역을 지나 터널 구간이 끝나자 신선(新線)에 들어선 열차는 본격적으로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시속 3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분8초. 거리로는 20km다. 대전 조차장역부터 옥천까지는 다시 기존선로로 통행한다. 동대구 부근의 신동역부터 부산역까지도 기존 선로를 이용한다.

"우리 열차는 시속 300km로 달리고 있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차창 밖 풍경을 보며 속도를 가늠해본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빠른 속도로 '후진'한다. 기찻길의 전봇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선로옆 전봇대의 간격은 50m. 열차는 초당 83m를 간다. 휙하니 차창 밖으로 뭔가가 지나간 것 같은데. 반대편에서 오는 KTX였다. 놀이동산 롤러코스터의 최고 시속은 80~90km. 고속철도는 그보다 서너배 빨리 달리는 것이다.

"초창기에 시운전을 할 때는 기관실 유리창이 피로 물들기도 했다.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속도에 익숙한 새들이 고속철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새들도 적응해 그런 일이 줄었다."

함께 탑승한 성기봉 선임 여객전무의 말이다.

추풍령 부근을 지나는데 갑자기 눈이 온다. 눈이 하늘에서 땅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는 게 아니라 수평으로 날아간다.

터널 구간만 아니면 조용하다

기관석 쪽으로 가기 위해 열차 끝에서 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흔들림이 적어 의자.벽 등에 손을 짚지 않고도 무사히 통과했다. 객차와 객차의 연결 부분도 고무 주름벽으로 밀폐돼 있다. 밀폐 장치는 터널을 지날 때 귀가 먹먹해지는 현상을 없애는 역할도 한다. 터널을 지날 때 소음이 심하고 가끔 휴대전화가 끊어지기도 한다.

기관실의 소음은 객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동력 장치가 기관실 쪽에 집중돼 있어서다. KTX는 기관사 한 명이 몬다. 운행 장치 자동화 덕분이라고. 기관사의 손.발이 닿는 조작 장치에는 8개의 센서가 장착돼 있다. 기관사가 깜빡 졸기라도 하면 열차는 저절로 멈춘다. 열차에는 사람이 꽉 차 있는데도 후덥지근하지 않고 숨쉬기 답답하지도 않아 쾌적하다. 자동 환기.온습도 유지 장치 덕분이다.

철도동호회 한우진(28.회사원) 회장은 "IT강국 답지 않게 노트북 전원이 없다. 객실통로 모니터도 LCD 대신 뚱뚱한 구형이어서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객실 밖 통로에 220V 전원 장치가 있기는 하다. 급한 사무를 볼 때는 통로의 간이의자에 앉아 일해야 할 듯.

식당차는 없다. 음료.스낵 자판기는 설치돼 있다. 정식으로 운행이 시작되면 홍익회의 이동 매대가 다닐 예정이다.

꾸물대면 목적지를 지나친다

3시간여 만에 부산에 도착했다. 예상 소요시간 2시간40분 보다 지연됐다. 정식 운행 중인 새마을호 등을 먼저 보내기 때문이라고. 짐을 챙기느라 꾸물대는 동안 열차 문이 닫혀버린다. 열차가 천천히 20m가량 진행하다 멈춘다. 남은 사람이 있다는 신호를 뒤늦게 받은 것이다. 한시간 가량 식사를 한 뒤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야간 고속열차를 탄다. 어둑어둑해지면서 하나 둘씩 켜지는 불빛들. 착륙하기 전 저공 비행을 하는 기내에서 창 밖을 내다본 느낌이다. 다시 서울이 가까워온다. 이번에도 꾸물대다 못내리면 낭패다. 미리미리 짐을 싼다.

정리=이경희 기자

- 총 길이:388m

- 총 중량:771.2t

- 편성:총 20량(동력차 2량, 특실 4량, 일반실 14량)

- 동력:1만3560kw(1만8200마력)

- 운행 최고 속도:300km/h

- 안전 한도 속도:330km/h

- 가속성능:정지 상태에서 300km/h까지 6분 8초

- 운행 소요 시간 (서울 기점):대전 49분, 대구 1시간 39분, 광주 2시간 37분, 부산 2시간40분

- 열차 가격:20량 1편성 약 386억원

- 좌석수:특실 127석 일반실 808석

- 의자 폭:특실 66.5cm, 일반실 53.5cm(새마을호는 특실.일반실 모두 56cm)

- 통로 폭:49.5cm(특실), 48cm(일반실)

-기타:음료 자판기 10대.스낵 자판기 3대.전화 6대.팩스 1대

*** 고속철을 타려면

아직은 승차권을 구입할 수 없다.

4월 1일 개통 당일 승차권은 열흘 전인 22일부터 역창구.여행사.승차권 자동발매기.인터넷(www.korail.go.kr) 등으로 예매할 수 있다. 전화 예약은 철도회원만 가능하다.

철도청은 예매 기간을 최고 2개월까지 단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승차권 예매 시점에 따라 운임의 최고 20%까지 할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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