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style] 돈과 연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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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변 직장인 가운데도 비슷한 방식을 고수하는 이가 있다. 그런데도 재정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매달 카드 값을 메우느라 허덕이곤 했다. 그에게 ‘왜 기록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답변이 걸작이었다. “그래야 돈 버는 거 아니에요?”

천만의 말씀이다. 금전출납부(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당신을 바꾸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당신의 머니 스타일을 업그레이드시키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것은 성적에 도움도 되지 않는 억지 공부나 과외를 고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들의 머니 스타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아득바득 아끼기만 하는 자린고비형(hoader)과 돈 얘기라면 애써 외면하려는 문제회피형(avoider), 그리고 과시적 소비에만 집착하는 폼생폼사형(splurger). 이쯤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오해한다. 후자의 두 유형을 무조건 자린고비형으로 바꿔야 돈을 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는 않다. 푼돈부터 모으는 것은 중요하지만, 푼돈만 모은다고 갑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실은 이 세 가지 유형보다 한 단계 더 나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른바 머니 매니저(money manager)의 세계다.

엔터테이너 CEO, 히피 자본가로 불리는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58) 회장. 16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나가 벌인 첫 번째 사업은 ‘스튜던트’라는 학생 잡지 창간이었다. 그러나 이 잡지로는 돈을 벌기 힘들었다. 버는 돈보다는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았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기를 쓰고 경비를 절감하려 들었을 것이다. 문제를 팽개쳐뒀다가 파산했거나.

그러나 그가 택한 방법은 달랐다. 이 잡지를 운영하면서 그는 학생들이 음반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을 눈여겨봐뒀다. 여기에 착안해 그는, 자신의 잡지에 음반 우편 주문 광고를 냈다. 그리고 대량으로 구입한 음반을 할인 판매했다. 이것이 순자산 32억 달러로 영국 5위의 부호가 되기까지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 후 계속된 기발한 발상들 모두 그가 늘 얘기하는 성공 비결과 관련이 깊다. “자신부터 재미를 느끼고 즐거우면 성공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실제로 그는 새벽 3시까지 같이 술을 마신 사람이 언급한 아이디어를 기꺼이 메모해 놓고 잠자리에 드는 스타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돈벌이의 원천인 버진그룹에 대해서도 ‘즐거운 삶이라는 가치를 파는 회사’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돈을 버는 것만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끼는 것이나 그런 다짐을 거듭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진짜 중요한 요소는 다름 아닌 당신이다. 당신이 돈 버는 것을 진정 즐기는가가 문제다. 이에 따라 돈을 벌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돈 버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돈이나 돈 쓰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돈 버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김방희 KBS 1 라디오‘시사플러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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