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 9단' 김영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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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김영완(金榮浣.51)씨가 해외 도피 중 40억원대의 채권 상환금을 챙겨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3일 한국증권금융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북송금 특검 등과 관련해 수사망이 좁혀오자 해외로 달아났던 金씨가 지난해 말 국내의 측근과 변호인을 통해 무기명 증권금융채권의 만기 상환액 39억여원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문제의 채권은 金씨가 도난당한 것으로 그는 돈을 찾기 위해 이미 법원에서 제권(除權)판결(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권리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얻어낸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채권을 발행한 한국증권금융은 "金씨가 도난 신고한 5년짜리 증권금융채권 40억원어치의 만기(2003년 10월 31일)가 다가오자 지난해 10월 측근을 통해 돈을 줄 것을 요구했다"며 "법률 자문을 한 결과 金씨의 채권 소유권이 인정돼 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 돈은 지난해 12월 金씨의 측근이 관리하고 있는 金씨 명의의 국내 은행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채권은 2002년 3월 金씨의 집에서 떼강도에게 털린 90억원대 무기명 채권(일명 '묻지마'채권)의 일부다. 사고 직후 金씨는 청와대 파견 경찰관을 통해 경찰의 비밀수사를 의뢰해 27억원은 되찾았으나 일부는 이미 명동 채권시장에서 팔려나가 회수하지 못했다.

이에 金씨는 찾지 못한 63억원어치의 채권에 대해 소송을 내고 같은 해 9월 서울 남부지법 등에서 제권판결을 받았다. 金씨의 채권 소유권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金씨의 변론을 맡은 송기방(宋基方)변호사는 "金씨가 전화를 걸어와 도난 채권은 현대 비자금 등 범죄와는 관련이 없는 자금이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한편 金씨가 40억원을 받아감에 따라 제권판결을 받은 나머지 도난채권의 상환금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30일엔 국민주택채권 25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온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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