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허구? … 토론으로 역사 바로 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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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욱현 기자

주부 김지영(34)씨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겨울방학 때부터 TV 역사 드라마에 빠져 ‘이산’ ‘대왕세종’ ‘쾌도 홍길동’ 등을 자주 본다. 아이가 역사에 관심을 가져 한편으론 흐뭇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쾌도 홍길동’을 보면서 ‘옛날에도 저랬어’ 하고 묻더라고요. 홍길동이 파마 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무희들이 나이트클럽에서 테크노 댄스를 춰서 그런가 봐요. 역사의 현실과 허구가 헷갈리나 봐요.” 김씨의 아이처럼 드라마 내용과 역사적 사실이 달라 혼란을 겪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사극은 잘만 활용하면 역사적 사건과 당대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역사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드라마에서 꾸며낸 얘기와 실제 사건 가려 줘야=미디어교육을 연구하는 모임인 ‘넘어서 미디어네트워크위원회’ 전미옥씨는 “아이들은 역사 드라마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쉬우므로 부모가 해당 방송사의 사이트에 들어가 기획의도, 시대적 상황 등 사전 정보를 살펴본 뒤 적절한 조언을 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볼 때도 실제 사건과 극적 재미를 위해 추가된 허구를 구분할 수 있도록 얘기해 준다. 음모와 모략, 사랑 싸움 등을 많이 그리는 드라마 특성을 지적해 주자는 것이다. 이를 테면 드라마 ‘대왕세종’에선 양녕과 충녕이 왕권을 놓고 다투지만 사실은 성품이 좋은 양녕이 동생 충녕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다는 것을 얘기해 주는 식이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주인공의 행동, 사건의 동기와 결과, 그 시대의 문제 등에 대해 토론해 보는 것도 좋다. 예컨대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태왕사신기’를 봤다면 고구려의 대외관계와 현대 국가의 외교관계 등을 연계해 본다. 신분 차이, 옷의 색깔, 음식 등을 눈여겨보는 것도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KBS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한 장면.

◇책 읽기와 연계해야=드라마를 본 뒤 비슷한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역사책을 읽으면 교육 효과가 높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방지원(대영고) 교사는 “아이들은 정치적 사건보다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고민 등을 담은 인물 위주의 역사책을 읽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겐 역사가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자면 TV 사극에서 본 인물을 『위인이 좋아요 시리즈』(산하) 같은 역사책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화로 재구성한 『동화로 읽는 삼국유사』(우리교육),『삼국지 구비동화』(파랑새어린이)나 『만화 정조대왕 이산』(꼬마배꼽) 같은 책을 곁들여도 된다.

고학년은 역사적 상황에 대해 글쓰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역사적 사건의 개요, 진행과 결과에 대해 정리하면서 대안을 제시해 보는 것이다. 예컨대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주된 배경은 무엇인지’ ‘나라면 어떤 외교 전략을 펼칠 것인지’ ‘어떤 전략으로 전쟁에 나갈 것인지’ 등에 관해 써 본다.

◇역사를 직접 접할 수 있어야=드라마나 책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긴 아이들이라면 역사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데려가 살아 있는 역사를 체험하도록 한다. 박물관에서 무기·의복·생활용구·가옥 등을 보면서 “드라마에서 봤던 사람들이 즐겨 사용한 물건이네”라는 식으로 관심을 유도한다.

방 교사는 “옛날 사람들이 살던 당대의 상황을 설명해 주면서 어떻게 살았을지 질문해 보면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게 된다”며 “과거사를 얕보는 방식으로 현대사와 비교하기보다는 발전 과정과 그 과정에서 조상이 겪었을 상황들을 유추하도록 하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박물관에서 설명과 질문을 쏟아내면 역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아이가 궁금해 하는 부분만 짧게 설명하되 자주 찾는 게 좋다.

글=민선화 기자 mshwa@joongang.co.kr, 사진=강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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