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수도권 104곳 공천 예심 분석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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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회계사가 현역 의원 안 부럽다.”

요즘 한나라당에선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안강민)가 최근까지 수도권 지역 104곳에서 후보군을 압축한 결과를 두고 하는 얘기다.

한국노총 경기본부장인 이화수(안산 상록갑)씨와 한국노총 부위원장인 김성태(서울 강서을)씨, 한국노총 위원장 직무대리를 지낸 송수일(군포)씨 등 노동운동가 3명은 전원 예심을 통과했다. 오찬석(성남 수정)·유영철(서울 구로갑)씨 등 회계사 두 명도 마찬가지다. 이들 직종의 예심 통과율은 이른바 100%. 현역 의원들과 같은 비율이다. 공심위의 칼날은 이렇듯 의외의 기록도 만들어낸다.

◇“70대 이상 탈락설”=서울·경기 지역 공천 신청자들의 평균 연령은 52.5세였다. 예심 통과자는 이보다 약간 낮은 51.3세였다. 주력 연령대도 50대(전 연령대 중 38%→38.1%)에서 40대(36%→41%)로 옮아갔다. 70대 신청자 여섯 명 중에선 문희 의원(서울 금천)만 살아남았다. 문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경륜이 대단히 중요한 국가적 자산인데도 70세 이상을 탈락시킬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건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경선 때 중립이 알짜?=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 즉 당협위원장은 옛 지구당 위원장이다. 지역구의 한나라당 대표선수다. 대부분 지난 대선을 현장에서 치렀다. 선거 공신인 셈이다. 하지만 원외 당협위원장 57명 중 9명이 예심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 공심위원은 “지구당 관리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들 중 52명은 경선 때도 당협위원장이었다. 이명박 또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거나 중립을 선언했던 이들이다.

친이(親李)나 친박(親朴)이나 예심 통과율에선 차이가 없었다. 친이 성향 당협위원장 30명 중 25명, 친박 성향 16명 중 13명이 1차 관문을 넘어섰다. 82%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알짜’ 그룹은 중립 성향의 당협위원장들이다. 여섯 명 전원이 예심을 통과했다. 이들 중엔 당 재정위원장인 김철수 관악을 위원장과 박종희 수원 장안 위원장이 포함됐다.

◇희비 엇갈린 직군=당협위원장을 제외하곤 관료의 예심 통과율(79%)이 높았다. 최종찬(안양 동안갑) 전 건교부 장관, 허준영(서울 중) 전 경찰청장, 이현재(하남) 전 중소기업청장 등 고위 관료 출신이 일단 안도했다. 언론인 20명 가운데서도 김용태(서울 양천갑)씨 등 14명이 예심을 통과했다. 교수 가운데 명지대(조병윤·박영아·김도종)가 가장 많았고 서울대(양지청·김연수)·한양대(임양택·조성민)가 뒤를 이었다. 기업인들은 고전해 74명 중 고작 14명만 통과했다. 그러나 기업인 중에서도 최고경영자 출신(박상은·김종태)은 대부분 포함됐다.

한편 공심위는 이날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선거구당 여론조사기관을 외부 기관 두 곳으로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친박 성향 의원들은 한 곳은 당의 여의도연구소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이날 “무슨 소리냐. 당연히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측이 그간 외부기관보다 여의도연구소의 조사 결과에서 더 유리하게 나와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정애·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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