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화성 물 흔적 확인] "한때 생명체 살기 적합한 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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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물 흔적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 착륙한 탐사로봇이 보내온 화성 암석 사진을 2일 공개했다. NASA는 암석에 뚫려 있는 미세한 틈이 물에 오래 잠겨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NASA AP=연합]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가 2일 화성에 과거 물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 AP =연합]

▶화성의 암석 표면을 탐사로봇 오퍼튜니티에 장착된 현미경으로 촬영한 것. 바닷물 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암석의 모습과 흡사하다. [나사(NASA) AP=연합]

아주 먼 옛날 화성 표면에 생명체가 살기에 충분한 양의 물이 존재했음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일 발표했다.

에드 웨일러 NASA 부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25일 화성 북반구에 착륙한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가 화성표면이 한때 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이는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NASA는 그러나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해 주는 직접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는 오퍼튜니티의 능력 밖"이라고 설명했다.

◇탐사 경위=NASA는 오퍼튜니티에 탑재된 X-선 분광계 등으로 착륙지점 주변의 암석 성분과 구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가장 유력한 증거는 분화구 주위에서 발견한 암석에 철명반석 등 염분이 풍부한 각종 유산염(硫酸鹽) 광물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분석한 벤턴 클라크 박사는 "이 정도로 고농도의 염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소금을 물에 녹인 뒤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NASA는 또 화성 암석에 길이 1㎝ 정도의 가느다란 틈이 수없이 나 있는 점도 한때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암석 속에 들어 있던 광물질 결정체가 염분을 함유한 물에 녹아 빠져나가면서 생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또 화성 암석들에서 물과 바람의 침식.풍화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사층리'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NASA의 수석연구원 스티브 스퀴레스는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얼마나 오랫동안 물이 존재했는지는 알기 어렵다"면서 "이는 암석을 채취해 지구로 갖고 와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ASA는 "이번 발견으로 올해 초 화성 착륙에 성공한 쌍둥이 탐사로봇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고 선언한 뒤 "로봇들은 지구로 귀환하지 않고 화성에서 작동을 멈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증거의 중요성=과학자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지구 바깥쪽 궤도에선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에서 물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액체상태로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바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과 에너지가 있는 곳엔 반드시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믿음이다.

지금까지 화성은 대기가 극히 희박하고 표면온도가 섭씨 영하 87도까지 내려갈 정도여서 물이 존재하기는 힘든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 최근 화성 표면 수m 아래에 얼음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사실을 유럽항공우주국의 화성 근접 촬영 사진으로 밝혀냈다. 또 협곡.삼각주 등 화성의 침식 지형으로 볼 때 과거에 물이 표면을 흘러다녔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의 발견은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게 만드는 물증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탐사 결과들을 바탕으로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다면 이는 공상과학(SF)소설에 나오는 외계인이 아니라 미생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러시아 등이 추진하고 있는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이 20~30년 내 실현되면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비밀을 더 심층적으로 풀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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