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학교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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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덕관광정보고 헤어디자인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교실 천장에서 하얀색 화면이 내려온다. 강의 내용이 화면에 밝게 비치면서 스피커에서는 교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일종의 스크린 수업인 셈이다.

책걸상은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안락감을 준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이면 교내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5일 문을 여는 용덕중.용덕관광정보고의 수업 장면이다. 경남 의령군 용덕면에 자리잡은 이 학교는 법무부 창원소년원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전혀 수용시설처럼 보이지 않는다. 담장은 1m 높이의 철망 울타리다. 담장 쪽으로 갈 때 어느 정도 통제가 따르지만 외견상으로는 전원 주택을 연상시킨다. 면회실은 기업의 회의실처럼 원탁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이 학교 성병문 교무과장은 "경남교육청 관계자들이 이곳을 둘러본 뒤 '명문 사립고 시설을 능가한다'며 놀라더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중학교와 실업계 고교 과정이 운영되며, 전국 14개 소년원에서 자원한 청소년들이 입학한다. 정원이 170명으로 개교 첫해인 올해는 고교 과정에 50명, 중학교 과정에 40명이 입학한다.

고교 과정에는 관광정보.영어회화.헤어디자인.제과제빵 등 4개 과가 설치돼 있다. 지난달 중순 고교 과정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평균 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학교 측은 성적과 가정형편 등을 종합해 입학생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실습장비들은 모두 최신식이다. 헤어디자인 실습실에는 고급 파마기 세트가, 제과제빵 실습실에는 대형 오븐이 갖춰져 있다. 첨단 멀티 미디어 장비로 꾸며진 어학실습실, 586컴퓨터 20대가 있는 컴퓨터실과 4500권의 장서를 갖춘 자율학습실 등은 어느 명문 사립고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하루 일곱 시간의 수업 중 오전 세 시간은 일반과목을 배우고 오후 네 시간은 실습한다. 일반과목 수업은 12명의 교사가 담당하고 실습은 외부 전문강사가 맡는다.

제과제빵과 金모(18)군은 "수백만원의 학원비를 들이지 않고도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찬 교장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이 좋은 시설에서 공부해 자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교육법에 따라 일반학교와 똑같이 학력을 인정받게 되며 학생이 소년원에서 퇴원(退院)하면 일반 학교로 편입학할 수 있다.

의령=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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