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내가 배출한 CO₂ 내가 책임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보험회사 부장인 정기수(44)씨는 최근 외국 환경단체의 인터넷 사이트(footprint.wwf.org.uk)에 들어가 봤다. 지구온난화로 인류의 미래가 위태롭다는 기사를 읽고서다. 이 사이트에서 자기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계산해 봤다.

“1년간 15t이라네요. 내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가요. 승용차 한 대를 몰 뿐이고, 나름대로 에너지 절약에 애써 왔는데….”

정씨의 배출량은 2005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배출량 9.3t보다 많다. 세계 평균치(4.22t)의 3.6배나 된다. 65억 명인 인류가 정씨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지구는 당장 세 개라도 부족하다. 2005년 한국인들이 가정과 직장·도로에서 배출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는 4억9860만t. 세계 열 번째다. 인류는 지금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대방은 실체도 없는 기체, 즉 이산화탄소다. 지난해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15년부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으면 지구에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진국들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199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평균 5.2%를 줄여야 한다.

한국은 아직 감축 의무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2013년 이후에는 우리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된다. 남극에선 만년빙하가 물로 변하고, 에베레스트 산맥에선 눈이 녹아내리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18일 서울 청계광장에선 ‘탄소제로(Carbon Neutral-원문대로 해석하면 탄소중립)’ 캠페인이 시작된다. 후손에게 제대로 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국민 개개인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에너지관리공단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관한다.

외국에선 이런 캠페인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선 처음이다. ‘탄소 제로 사이트’도 개설된다. 개인이든 단체든 누구나 이 사이트(zeroco2.kemco.or.kr)에 들어가면 자신이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계산해볼 수 있다. 우선은 가정·승용차·항공·행사의 네 부문이 해당 항목이다. 여기서 자신의 자동차 종류와 주행거리를 입력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자동으로 나온다. 인천공항과 파리를 비행기로 왕복할 때, 서울 코엑스에서 전시회를 개최했을 때 각각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알 수 있다.

에너지공단 기후대책실 신호철 박사는 “올해 안에 사무국을 만들어 ‘탄소 제로’를 선언한 개인과 기업이 낸 기부금으로 온실가스 줄이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산림청·지방자치단체·기업과 연계해 숲 가꾸기나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한 온실가스 줄이기 사업에 투자된다.

◇탄소 제로=개인·기업이 자동차·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자는 프로그램이다. 참여하는 개인·기업이 배출량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내면 나무를 심거나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한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2006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1t에 4~99달러(3780~9만3000원)의 기부금을 받는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팀장), 김현기(도쿄) 특파원, 강갑생(사회부문)·이수기(국제부문) 기자, 조영갑(단국대 언론정보학과 4년)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