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DJ, 아들·비서실장 공천운동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어제 자신의 ‘고향 지역’인 전남 목포·무안·신안을 방문했다. 그는 삼학도 공사 현장, 압해대교,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주민과 환담했다. DJ 측은 개인적인 차원이라 하지만 정당 지도자를 오랫동안 지낸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는 부적절한 여행이었다. 다름아닌 방문 지역과 동행자 때문이다. 동행한 차남 김홍업 의원은 무안-신안에서 재선을, 박지원 전 비서실장은 목포에서 정치권 진입을 위한 공천을 노리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공천 작업에서 두 사람은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그의 지역구엔 DJ가 태어난 하의도가 있다. 홍업씨는 DJ가 대통령이었을 때 뇌물 수수로 감옥에 가 아버지와 정권에 큰 부담을 주었던 인물이다. 지난해 공천 때 우리는 그의 결격사유를 들어 반대했는데 민주당은 공천했다. 박씨는 대기업에서 돈을 받고 대북 송금에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았다가 지난해 말 겨우 복권됐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이 사느냐 죽느냐는 공천에 달려 있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공천혁명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분위기를 인식해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이번 공천이 과거와는 달라야 하며 국민의 뜻이 기준”이라며 쇄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시민심사단이라는 제도도 처음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DJ가 문제의 인물을 대동하고 문제의 지역을 방문한 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쇄신 공천’을 누르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DJ에게는 당보다 아들·비서가 중요한가. DJ 측이나 김·박씨 측은 “사면·복권이 됐는데 무슨 문제인가”라고 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도 비리 혐의로 감옥에 갔다가 사면·복권됐으나 한나라당은 그의 공천 신청을 받지도 않았다. 현철 씨는 결국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 점이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차이다. 이런 점이 지지율 50%와 10%의 차이에 한몫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