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후보 3명, 네거티브 공세 본격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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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11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존 매케인(71) 상원의원이 사실상 확정되자 민주당에선 누가 매케인을 꺾을 수 있느냐가 큰 관심사다. 버락 오바마(46)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60) 상원의원은 상대방에 대해 “매케인을 이길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老·色·性’ 아킬레스건 노려라

오바마든 힐러리든, 그리고 매케인이든 이들에겐 약점이 있다. ‘수퍼 화요일(2월 5일)’ 이후 8연승을 거둬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힐러리를 추월한 오바마는 “힐러리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공화당 지지자들이 총단결할 것”이라고 말한다. “힐러리는 파당적 인물이므로 미국의 단결을 바라는 무당파를 끌어들일 수 없어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게 오바마의 주장이다. 오바마의 얘기는 정곡을 찌른 것이다. 후보 호감도(likability) 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량은 힐러리가 싫다고 말한다.

힐러리는 오랫동안 공화당과 싸워왔다. 1978년 남편이 아칸소 주지사 선거에 처음 출마했을 때부터 격돌했다. 92년 남편이 대선에서 이겼을 때 힐러리는 공화당을 격파하는 중요한 무기였다. 이후 힐러리 부부는 8년 동안 백악관을 흔든 공화당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 2000년, 2006년 상원의원 선거엔 힐러리가 직접 출전해 공화당 후보를 제압했다. 그런 만큼 힐러리에 대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반감은 뿌리 깊다. “힐러리의 집권은 빌 클린턴 3기 행정부의 시작을 뜻한다”는 지적과 “부시 집안과 힐러리 집안이 돌아가며 해 먹느냐”는 비판도 골칫거리다. 젊은 층과 무당파가 ‘변화와 단결과 희망’을 외치는 오바마에게로 쏠리는 건 ‘힐러리 피로(fatigue)’ 현상 때문이다.

힐러리가 여성이라는 점도 큰 한계로 작용한다. 68년 대통령에 도전한 흑인 여성 셜리 치점(사망·전 연방 하원의원)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나는 흑인보다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더 큰 차별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힐러리의 백인 남성층 지지율은 오바마보다 항상 15∼20%포인트 더 낮다.

힐러리도 오바마의 약점을 찌르고 있다. 13일 텍사스에서 “오바마는 화려한 말만 늘어놓는다”고 비난했다. ‘변화’니 ‘희망’이니 듣기 좋은 말만 할 뿐 미국을 변화시킬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꼬집은 것이다. 힐러리는 “백악관 입성 첫날부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경험’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오바마에겐 ‘경험 부족’ 문제가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는 최근 “오바마는 고수익·고위험 주식과 유사하다”며 “그가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청년층과 무당파를 대거 흡수해 백악관을 쉽게 탈환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작은 실수라도 저지르면 무경험의 문제가 부각돼 추락할 수 있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초선 상원의원으로 겨우 2년을 보낸 오바마가 베트남전 전쟁영웅으로 의회에서 26년째(연방 하원의원 재선, 상원의원 4선) 활동 중인 매케인을 당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민주당 인사가 많다.

힐러리는 “공화당이 본선에서 흠집 내기(네거티브) 공세를 시작하면 오바마는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지역구 일리노이에서 공화당의 쉬운 상대와 겨뤄 이겼다. 칼 로브(부시 대통령 최측근으로 네거티브 선거전의 대가) 방식의 무차별 공격을 받을 경우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열린 토론회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했다가 “역시 어리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종 문제도 남아 있다. 오바마와 매케인이 대결할 경우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면서 대선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남부의 백인, 일자리·이민 문제로 흑인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로 흑인보다 인구가 조금 더 많음)이 그를 거부할 수 있다.

매케인은 역시 71세의 고령이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50대 백인 남성은
“매케인을 존경하지만 그에게 유고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95세의 어머니가 아직도 건재하다. 나는 그 유전인자를 받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피부암이 세 번이나 재발했지만 현재 건강엔 큰 문제가 없다. 오바마는 매케인에 대해 “우리가 바꿔야 할 워싱턴식 정치의 총아”라는 딱지를 붙인다. 워싱턴에 26년간 몸담은 매케인으로는 미국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퍼뜨리기 위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매케인은 공화당의 ‘이단아’였다. “선거자금 모금 시스템 등을 개혁해야 하며,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길을 허용해야 한다”며 수시로 민주당과 협력했다. 그 때문에 골수 보수파나 기독교 복음주의자는 그를 배척했다. 당 일각에선 “상당수 보수파가 본선에서 기권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백악관이 민주당으로 넘어간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라크전은 잘한 일이며 앞으로 100년 동안 미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매케인의 강경한 태도 역시 당장은 감표 요인이다.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나는 처음부터 이라크전에 반대했기 때문에 매케인과 각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라크 상황이 호전된다면 분위기는 거꾸로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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