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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첫 ‘월가 투자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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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인이 처음으로 ‘월가의 투자왕 톱 100’ 대열에 들었다. 주인공은 미국의 자산운용업체인 사이크의 펀드 담당인 장핑(江平·43·사진)부장. 월가 트레이더 가운데 지난해 연간 소득이 5000만달러(약 495억원)를 넘은 ‘투자 달인’ 명단에 중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순위에 든 트레이더의 대부분이 미국인이고 이들의 대부분이 대형 펀드 대표를 겸하고 있는 것과 달리 장핑은 피고용인이어서 특히 눈길을 끈다. 펀드 대표들은 실적에 따른 보상금 뿐 아니라 보유 지분만큼 거액의 배당금을 받다 보니 소득 금액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장핑은 순전히 거래 실적에 따른 소득만으로 5000만 달러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핑이 큰 돈을 번 비결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의 주식을 비롯해 지난해 가격이 폭등한 석유·에너지 관련 주식에 집중 투자한 때문이다. 그의 지난해 투자 수익률은 100%를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5년 3월 장핑이 사이크자산운용에 입사한 첫해엔 선진7개국(G7)의 외환과 채권 등에 투자해 800만 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 대표는 장핑의 잠재력을 믿고 계속 투자를 맡겼다. 장핑이 이끄는 투자팀에 유학생 출신의 중국인 부하 직원 20여 명을 배치해주기도 했다.

2006년부터 장핑은 아시아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중국석유 등 유망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때마침 중국 증시가 2년 연속 폭등했다. 장핑은 “역발상을 통해 시장의 큰 변화를 먼저 읽는 사람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금융 쪽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원래는 이공계 출신이다. 1981년 가오카오(高考: 대입 시험)에서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시 수석을 차지했고 중국의 이공계 명문 대학인 중국과학기술대 화학과에 진학했다.

89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프린스턴대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땄고 스탠퍼드대로 옮겨 금융공학을 배웠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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