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주가지수 先物시장-투기거래의 제도권 수용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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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증시에서도 주가지수선물거래의 시동이 걸렸다.내년 주가지수선물거래가 본격적으로 열리는데 앞서 미리 연습해보는 주가지수선물 시험시장이 이달 3일부터 열리고 있다.
종합주가지수(KOSPI)와 그 흐름이 유사한「KOSPI 200」지수를 매매대상으로 함으로써 KOSPI 그 자체가 아닌 KOSPI의 파생금융상품이 최초로 시험등장한 것이다.
〈그림참조〉 얼마전 선물옵션거래로 파산한 영국 베어링社의 예를 들어 선물거래를 잘못했다가는 「망한다」는 걱정이 있는가 하면 좋은 투자대상이 새로 생겼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선물거래의한 종류인 투기거래는 떼돈을 벌수도 있지만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투기」 그 자체의 본격적인 제도적 수용이야말로 선물등 파생금융상품의 본질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선물거래의 본래 목적은 투기적인 거래보다 주가변동에 따른 손해를 줄이자는 것이다.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규모가 크게 늘고 주가가 불안정해 자산운용의 위험이 커질 때 선물거래의 진가가 발휘된다.
「헤지」(hedge)거래라는 것이 그것인데 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주가지수선물을 반대로 거래해 위험을 최소화한다. 주식현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면 주가지수선물을 팔아 결국 손해를 최소화 하는 거래방식이다.
그러나 당장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같은 선물거래가 현물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쏠리고 있다.
첫째는 주가하락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생김에 따라 투자자들은 다양한 선택의 길이 열린다.특히 이런 측면에서선물거래에 익숙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라는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결국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늘리는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두번째로 선물가격은 미래의 주가예측에 대한 전망이 반영되는 만큼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주가예측치로 활용될 수 있다.선물거래도 결국 3개월 또는 6개월후의 시세예측이 성공여부를 좌우하기때문이다.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선물거래시장의규모가 충분히 커야 한다.투자위험을 분산시키는 헤지거래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투기적인 거래가 어느정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미국의 예를 보면 투기거래와 헤지거래의 비율이 7대3정도다.
이것은 오랜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내증시에서도 경험이 쌓이면 미국등 선진국과 비슷한 비율로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주가지수선물시장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투기」라는 말 자체를 죄악시 하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투기는 최소한 「필요 악」이다.부동산 투기등이 법을 어겨가며 돈을 버는 것이라면 선물시장에서의 투기란 공정 한 「룰」아래 투기거래가 이루어져 어느쪽도 부당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는일종의 「제도화된 투기」인 것이다.
〈宋尙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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