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金錫元과 鄭周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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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 6대 재벌인 쌍용그룹 총수 김석원(金錫元)회장이 정치입문을 공식 선언해 화제다.
金회장은 재계와 정치권의 관계는「너무 가까워도,너무 멀어서도안된다(不可近不可遠)」는 불문율을 깨고 정치모험의 길로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재벌총수에 오른후 20년동안 조용하면서도 좋은 이미지를 가꾸어온 金회장의 돌연한 변신에 의아해하고 있다. 국민들은 金회장을 영입(?)하게 된 민자당(民自黨)의 일관성 없는 속사정을 대충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물론 재벌총수라 해서 정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지난 20년간 그런대로 기업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金회장이 직업정치꾼들보다 정치를 더 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정서와 시대정신은 이같은 형식논리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92년 대통령선거때 있었던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등을 비롯,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던 기업과 기업인의 후과(後果)를 더듬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구국일념」을 정계입문의 변으로 내세웠던 鄭씨의 실패도 결국정경(政經)유착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벌써부터 쌍용에 대한 특혜내락설이나 金회장의 사업활로 개척을위한 고육지책설등이 나도는 것은 진실과 관계없이 국민들의 정경유착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보여주는 것이다.
金회장의 정계입문 발표 당일 쌍용그룹 주가가 대부분 하락한 것도 투자가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지금은 경제와 정치의 겸업이 아닌 각자 자기분야에 충실한 프로정신을 요구하고 있는 때다.그것이 권력분산이라는 다원화시대의민주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며 역사의 발전추세이기도 하다.
특히 국경없는 경제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때 죽고살기식으로 기업경영을 해도 어려운 형편임을 金회장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쌍용그룹이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국 6대 재벌이라고는 하나 세계 일류기업이라고 내세울 것이 없는 형편 아닌가.
金회장이 변신의 변으로 내세운 선진국의「정경일체(政經一體)」는 국익을 위해 정부와 경제계가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지 경제인이 정치일선에 직접 나서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金회장이 굳이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려면 정치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정치권력보다는 자신의 부(富)를 활용하면 그만이며 金회장의 봉사를 필요로 하는 곳은 자신의 고향외에도 전국에 널려있다.특히 金회장이 변신을 선 언한 4일까지도 쌍용과의 관계단절을 매듭짓지 못한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룹과는 단절해야 얼마전까지만 해도 현정부의 경제정책에대해 독설에 가까운 비난을 했던 그가 신변정리 수순조차 밟지 않은채 집권여당에 입당한 것은 납득이 가지않는다.
정주영씨 조차 지키지는 못했지만 정계입문때「현대와의 단절」을선언하는 수순을 밟았다.
金회장의 정치도박은 자신의 뜻에는 충실할 수 있을지 모르나 국민들의 평가는 다르다.그의 민자당 입당이 그에게나 민자당에 마이너스 게임이 되지않을까 모르겠다.

<박병석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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