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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쿠르드 유전 확보와 자이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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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나라가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최대 20억 배럴의 대형 유전을 확보하게 됐다. 2년치 원유수입량과 맞먹는 규모다. 또 국내 민간기업 컨소시엄은 고속도로 등 수조원대의 사회간접자본을 현지에 건설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과 쿠르드 지방정부가 ‘유전개발-인프라 건설’의 패키지형 경제협력에 손을 잡은 것이다. 원유 확보가 절실한 우리 형편과 전후 경제복구가 시급한 쿠르드 자치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윈-윈(win-win) 협력이다.

이번 계약에는 2004년 쿠르드의 아르빌 지역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가 든든한 배경이 됐다. 네체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지방정부 총리는 “자이툰 부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이제 쿠르드 지역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3000명에 달하던 자이툰 부대는 아직도 650명이 현지에 남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이툰은 아랍어로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를 뜻한다. 실제로 자이툰 부대가 주둔할 동안 아르빌은 이라크의 다른 지역과 달리 평온했다.

쿠르드 유전을 확보하기까지는 진통도 있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이번 계약에 반발해 한국에 대한 원유수출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라크 중앙정부는 앞으로 쿠르드 유전 수입금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다. 또 쿠르드는 외교권과 국방권만 없을 뿐 중앙정부에서 독립된 자치구다. 향후 본격적인 경제재건이 시작되면 이라크 남부 지역의 거대 유전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메이저 회사들이 ‘싹쓸이’할 게 뻔하다. 우리로선 쿠르드 유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자이툰 부대는 3년 반 전 비공개로 파병되는 수모를 겪었다. 국내 일부 세력은 공항까지 몰려나가 파병을 반대했다. 하지만 자이툰 부대의 헌신적인 노력이 대규모 경제협력이라는 값진 열매로 돌아왔다. 현지에서 한국과 쿠르드족의 가교역할을 묵묵히 해낸 장병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남은 숙제는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갈등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 쿠르드 지방정부가 마지막까지 원만한 잔불 정리에 나서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