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獨 전기자동차 주행실험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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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발트해 연안의 독일 소도(小島) 루겐에서는 전기자동차의 실용성 여부에 대한 주행실험이 한창이다.
인구가 적고 고적감(孤寂感)마저 감도는 루겐은 고물승용차가 매연을 내뿜으며 드문드문 돌아다니던 외딴 섬에서 차세대 전기자동차가 거리곳곳을 누비는 첨단자동차의 고장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BMW.메르세데스 벤츠.폴크스바겐.오펠 같은 독일 자동차회사들이 자체개발한 전기자동차의 실험무대로 이처럼 한적한 루겐을선정한 것은 이 섬의 지형이 비교적 평탄하고 아우토반과 같은 고속도로가 없기 때문이다.전기자동차 시(試)제품들 의 성능은 아직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거나 빠른 속력을 내지는 못한다.
이들 회사는 주로 캘리포니아등 미국 수요를 겨냥,전기자동차 개발에 진력하고 있다.캘리포니아는 주내(州內)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2% 이상을 무연(無煙)자동차로 해야 한다는 법을 제정,98년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뉴욕.매사추세츠州도 유 사한 입법을검토중이다.
회사측은 섬주민 58명에게 깨끗하고 아담한 전기자동차를 무료로 빌려 줘 성능을 시험케 하고 있다.운행자들은 주행경험에 대한 보고서만 회사에 제출하면 된다.
그러나 보고서 말고도 주행자들이 전기자동차를 공짜로 굴리는데대한 대가는 또 있다.종래 가솔린자동차보다 불편한 점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선 배터리를 자주 재충전해야 하기 때문에 차를 멀리 몰고 갈 수가 없다.출발에 앞서 운행 일정과 거리를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큰코다치기 일쑤다.
대체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이곳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차의 디자인이나 색상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깨끗한 공기와자연환경을 유지하는데 보탬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시험주행자들의 보고서를 보면 전기자동차가 보편화되기까지 개선의 여지가 너무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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