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ESTATE] 택지지구 상가 살 사람 볼 수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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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경기도 용인 죽전택지개발지구 35블록 죽전자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전체 45개 점포 중 8곳이 비어 있다. 가까운 10블록 점포 겸용 주택단지(100여 가구) 내 상가의 상황은 더 나쁘다. 한 집 건너 하나꼴로 ‘임대’ 푯말이 내걸렸다. 주변 골드공인 최덕기 사장은 “상가 임대료가 비싸 임차인들이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며 들어오지 않아 공실 상가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알짜’로 꼽혀온 택지개발지구 내 상가의 인기가 꺾이고 있다. 규모가 큰 수도권 유망 택지지구조차 미분양됐거나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상가가 적지 않다. 이른바 ‘찍기’(계약금만 내고 점포를 매집하는 것)를 통해 상가를 사들인 뒤 웃돈을 붙여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던 예전의 투기수법은 오히려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택지지구 상가는 대개 아파트 입주 1∼2년 후에도 공실에 시달리지만 요즘엔 정도가 심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같은 택지지구 내 상가라도 잘못 고르면 장기 공실로 낭패를 볼 수 있어 투자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택지지구 상가의 굴욕?=그동안 택지지구 내 상가가 인기를 끈 것은 다른 상가에 비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3∼4년 전만 해도 택지지구 상가는 입지 여건만 웬만큼 갖춰도 연 10% 안팎의 수익률은 거뜬했다.

2001년 입주가 마무리된 수원 영통지구(326만㎡)가 대표적이다. 영통지구 중심상업지역 키넥스 주변에는 요즘에도 연간 수익률이 10%를 웃도는 상가가 적지 않다. 임대료도 보증금 1억∼1억5000만원에 월세 300만~400만원 선으로 주변 택지지구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해마다 상업용지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요즘 택지지구 내 상가의 투자 여건이 달라지고 있다. 토지공사에 따르면 2003년 공급된 용인 동백지구 근린상가 용지의 평균 분양가는 ㎡당 636만원 선으로 영통지구(㎡당 125만원)의 5배가 넘는다. 이 경우 건축비 등을 감안한 동백지구 근린상가(66㎡ 기준) 분양가는 6억원(은행 융자 30% 포함) 선이다. 이 상가에서 연간 7%대의 임대수익률을 올리려면 보증금 1억원에 월 290만원을 내는 임차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가격에 들어올 임차인은 거의 없다. 요즘 동백지구 상가 임대료가 보증금 7000만∼8000만원에 월 150만~2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로 택지지구 완공 1주년을 맞은 동백지구는 대규모 주거단지로 자리 잡았지만 상가시장은 냉기가 감돈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빈 점포로 남아 있는 상가가 적지 않다. 동백지구 중심상업지역 내 복합상가인 쥬네브는 전체의 60∼70%가 아직 임차인을 두지 못하고 있다.

택지지구 내 상업용지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도 상가 공실을 부르고 있다. 최근 택지지구 내 상업용지 비율은 종전 5%대(평촌)에서 3%대(동백·동탄 등)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실제로는 종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얼마 전 주차장 용지에도 건축 연면적의 30% 이내에서 상가를 넣을 수 있도록 법이 바뀌면서 주차장 상가 등의 공급이 대신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가 공실률이 30∼40%에 달하는 동탄신도시의 경우 주차장 용지는 모두 6만5188㎡로 전체 택지지구 면적의 0.72%에 이르는데 입지가 좋은 곳에는 대부분 점포가 들어서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연구원은 “주차장 용지나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에 들어서는 상가까지 감안하면 실제 상업용지 비율은 크게 줄지 않아 상가 장기 공실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택지지구가 주변 신도시와 너무 가까이 들어서는 점도 택지지구 내 상가시장 침체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분당신도시와 경계를 접하다시피 한 죽전지구는 ‘신도시의 위성도시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일부 상권이 분당 쪽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입주 4년차로 접어들지만 전체 죽전지구 상가의 공실률은 아직 10∼20%에 달한다.

◇유의점=택지지구 상가의 장기 공실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비싼 상가는 사지 않는 게 좋다. 고가로 분양받은 상가는 임대수익률 악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장기 공실을 부르기 때문이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는 “택지지구 상가는 분양가가 1층을 기준으로 ㎡당 909만원이 넘으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급적 전체 택지지구 면적 중 상업용지 비율이 낮은 곳을 고르는 것도 요령이다. 상업비율이 높은 택지지구는 상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목 좋은 곳을 제외하면 공실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 공실이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동종 업종이 인근에 들어서면 ‘나눠 먹기식’ 장사가 돼 대부분 임대수익률이 높게 나오지 않는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분양가 상승 등으로 택지지구 내 상가는 목 좋은 곳을 제외하면 수익률이 예전만 못해 ‘옥석 가리기’식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태 기자 ,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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