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회사 뺨치는' 分社기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디지털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이미지퀘스트의 직원 200명은 지난해 말 100%의 성과급을 받았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직원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2000년 8월 당시 적자를 면치 못하던 모(母)기업 하이닉스에서 분사(分社)한 뒤 3년 만에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홍기 사장은 "분사 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비용절감 차원에서 임금도 깎았지만 이를 감수하며 열심히 일한 직원들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미지퀘스트의 임금은 하이닉스보다 20%가량 높다.

모기업에 떨어져 나와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분사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분사 이전 높았던 임금을 대폭 낮췄으며, 기술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이면서 노조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오리온전기에서 2000년 말 분사한 오리온PDP도 6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사업을 PDP(벽걸이TV용 화면) 분야로 전문화하고 직원의 20%에 이르는 40여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확보해 연구개발에 전념한 결과다.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84인치 멀티PDP를 개발했으며, 지난해 말엔 10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수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회사 김준동 사장은 "분사 초기에는 장래를 불안해하는 직원도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자신감에 차 있다"고 말했다.

대우전자에서 2002년 분사한 대우루컴즈도 분사 1년 만에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분사 이전 영업순손실만 50억원에 이르렀지만 지난해엔 15억원(매출 40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중국 생산법인에 이어 미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올 초에는 이집트와 5년간 3500만달러 규모의 모니터 수출 계약을 했다. 이 회사 김남웅 차장은 "하반기에는 PDP TV 시장에도 진출해 대기업들과 경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또.즉석복권 등 특수인쇄 전문업체로 복권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KDI미디어도 분사 기업이다. KDI미디어는 외환위기 때 분사한 이후 인쇄업 대신 보안이 필요한 복권.승차권.상품권 등으로 사업을 특화했다. 지난 해 경상이익 53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전자에서 분사한 홈시어터 및 디지털오디오업체 대우DAT와 SKT에서 분사한 벤처업체 델코웨어, 두산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반도체 생산업체 쎄미콘테크㈜ 등도 지난해 말부터 흑자로 돌아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