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댓글도 달아 줄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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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소설가 황석영(65·사진)씨가 18일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을 연재한다.

황씨는 11일 “최근 네이버 측과 계약을 마쳤다”며 “일주일에 5회씩 연재하고, 기간은 너덧 달쯤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유의 입심으로 ‘황구라’로 통해온 그가 디지털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있다”라고 대답했다.

-어떤 소설인가.

“내가 열여섯, 열일곱 살 때부터 군 입대 직전까지 겪었던 일이 뼈대다. 내 청춘의 기록 같은 것이다. 자전적 성장소설이랄 수 있겠다. (그는 고교를 중퇴한 뒤 전국을 유랑하며 입산도 했고, 공사판을 전전하기도 했다. 당시 체험이 단편 ‘삼포 가는 길’의 모태가 됐고, 베트남전 참전경험은 장편 『무기의 그늘』의 뿌리가 됐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앞 부분만 귀띔하겠다. 베트남 파병 직전 서울에서의 며칠을 먼저 그릴 생각이다. 부대로 복귀하는 장면이 첫 장의 마지막이다. 이어서 방황과 좌절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

-소설 제목 ‘개밥바라기별’은 무슨 뜻인가.

“금성이다. 샛별이란 이름 외에도 개별·나그네별·방랑자별·동냥치별이란 별칭이 있다. 식구들이 저녁밥 다 먹은 다음 개나 나그네에게 밥을 챙겨줄 때쯤 뜬다고 해서 개밥바라기별이라고도 한다. 떠돎과 방황의 정서가 담긴 이름이다. 남도를 떠돌던 스무 살 무렵, 달과 함께 빛나는 그 별을 바라보곤 했다.”

-한국 대표작가의 한 사람이 인터넷에 진출한 것 자체가 뉴스다.

“어디에 연재하든 내 소설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

-인터넷 독자를 고려한 장치가 없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이번 작품은 성장소설이다. 요즘 젊은애들 분위기에 맞추려는 내 나름의 시도다. 청춘이 겪는 아픔과 고민은 시대를 뛰어넘어 통하는 게 있는 법이다.”

-왜 인터넷인가.

“최근 한국소설에 성장소설이 드물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침 내 경험을 요즘 젊은이에게 전해줄 기회를 찾던 참이었다. 인터넷이야말로 요즘 젊은 층과 가장 잘 통할 수 있는 매체 아닌가.”

-‘악플’은 어쩔 셈인가.

“내가 누구냐, 황석영이다. 댓글도 달아줄 생각이다. (박범신씨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산악인의 모험과 우정을 그린 ‘촐라체’를 네이버에서 연재했다가 악플로 고생했다. 황씨의 연재소설은 중진작가의 본격 소설이 인터넷에 진출한 두 번째 사례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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