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CEO] 톨번 소렌슨 뱅앤올룹슨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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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달 24일 뱅앤올룹슨의 신제품 설명회가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열렸다. 뱅앤올룹슨은 오디오.전화기 등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대표적인 가전업체. 특히 이 회사의 오디오는 '꿈의 제품'으로 불릴 만큼 고기능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다.

이날 선보인 신제품 '베오센터2'는 일반 오디오 제품에서 볼 수 없는 원형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같은 장소에 전시된 스피커 '베오랩5'는 세계 최초의 원뿔형 디자인이었다.

직접 신제품 설명에 나선 뱅앤올룹슨의 톨번 소렌슨(53)회장은 "현대인들은 첨단 기술이 주는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고 있으며, 자연친화적인 원형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같은 디자인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한국의 오랜 전통과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첨단 기술의 선두격인 한국 시장은 뱅앤올룹슨의 중요한 사업상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설명회 후 만난 소렌슨 회장은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뱅앤올룹슨의 디자인 정신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방한 목적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제품 베오센터2를 알리기 위해서다. 베오센터2는 뱅앤올룹슨이 역점을 두고 개발한 제품이다. 오디오뿐 아니라 DVD와 MP3플레이어까지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아직 한국 시장에는 오디오와 전화기만 판매 중이지만 오는 8월엔 TV도 선보일 예정이다."

-뱅앤올룹슨은 뛰어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비결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가전제품들이 기술을 개발한 다음에 디자인을 생각하지만 우리는 디자인을 먼저 결정하고 나서 기술을 접목한다. 엔지니어보다 디자이너들의 견해가 우선시되는 것이다. 또 우리는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가 한명도 없다. 그들은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 회사의 지시에 따르거나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회사에 소속돼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제약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신 컨셉트 디벨로퍼(concept developer)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들은 회사에 소속돼 있으며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엔지니어의 의견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일명 '아이디어 랜드'라고 불리는 우리 회사 고유의 시스템이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사용자의 편리성이다. 첨단 기술이더라도 사용자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낀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언제나 시간에 쫓기며 가족과의 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다. 우리 제품의 대부분은 여러개의 버튼이나 리모컨이 필요없다. 모든 제품은 하나의 리모컨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대신 그 제품이 갖춰야 할 고유 기능만은 최고를 고집한다. 단순한 가전제품을 넘어서 가족의 일원으로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 디자인을 중요시하지만 유행을 따르지는 않는다. 모든 제품을 최소 10년간 쓸 수 있도록 만든다. 또 우리는 여성 소비자들의 의견을 매우 중시한다.신제품을 개발할 때 WAF(woman accept factor)라는 항목으로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첨단 기술의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나.

"정보기술(IT)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변화하는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우리의 중요한 과제다. 최근에는 4백장의 CD를 저장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제품을 개발하는 등 기술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과의 공조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의 LCD 모니터 기술을 TV에 도입했다. 오디오와 TV, 전화기 및 집안의 조명까지 하나의 리모컨으로 조절하는 토털 홈 엔터테인먼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나.

"한국 시장의 성장 속도는 매우 놀랍다. 지난 6년간 뱅앤올룹슨은 매년 30% 이상의 매출 신장을 보였다.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의 브랜드 가치와 품질을 매우 꼼꼼하게 따진다. 한국은 또 세계 기술 발전의 중심이기도 하다. 삼성.LG 등은 세계적인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뱅앤올룹슨은 비싼 제품으로 인식돼 있다. 주고객층은 누구인가.

"돈의 많고 적음은 큰 문제가 아니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고객이다. 가장 중시하는 고객은 30세 전후의 젊은 층이다. 개인적으로는 할리 데이비드슨처럼 매니어를 갖고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박혜민,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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