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되는 동.서베를린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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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베를린 장벽 붕괴 5년째를 맞아 동.서 베를린 간에 경제역전(逆轉)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분단시대 서베를린 번화가로 명성을 날리던 쿠어퓌어스텐담(쿠담)街는 하나 둘씩 문닫는 점포들로 활기를 잃어 가고 있다.비싼임대료와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해 떠나는 상인들로 점점 비어가는 이 거리는 통일후 기반이 약화돼 가는 서베를 린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반면 동베를린 중심가인 프리드리히街는 새로 솟는 빌딩들과 줄지어선 입주 희망자들로 멀지않아 과거 독일제국 수도 제1번가로서의 영화를 되찾을 희망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 서베를린의 총생산은 0.9% 감소한 데 비해 동베를린은 7.5%라는 고속 성장을 기록했다.지난 1월의 경우 실업률도 동베를린은 12.3%에 머문 반면 서베를린은 14.3%로 올라갔다.실업률은 지난해 8월을 고비로 서쪽이 동 쪽보다 계속높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베를린을 포함한 舊동독 지역에서 몰려온 저임 숙련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서베를린 단순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는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이와 함께 통일전 서베를린 기업들에 주어졌던 세제(稅制)혜택이 철폐 되고 근로자임금 고율인상 정책이 사라진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베를린에서는 날로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산업기반이 약화되는 산업공동화(空洞化)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생산 거점이 서베를린에서 동베를린과 베를린 인근 舊동독 지역으로 발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비록 동베를린의 생활수준이 아직 서베를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통일 당시 엄청났던 동.서간의 격차는 통독 5년째를 맞아 분명히 줄어들고 있다.
[베를린=韓敬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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